8월 9일(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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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 살면서 이 말처럼 맥 빠지는 말이 또 있을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심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이 증상은, 삶의 의욕이라던가 열정의 부족 탓으로 그 원인을 돌리기엔 왠지 씁쓸해진다. 내가 모르는데 누가 알까. 이 관점에서 보면, ''좋아한다' 보다 '나'에게 더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단초는 없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스스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소한 즐거움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향에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것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기도 한다. 아로마 향이 나면 차분하게 독서가 하고 싶어 지고, 달짝지근한 과일향이 나면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진다. 그뿐만 아니라, 재스민 향이 나면 나는 어김없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한다. 향이 매개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따라오는 격이다. 우리 엄마의 경우는 향신료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독특한 향신료를 보면 그걸 이용해서 요리가 하고 싶어 지고, 그러려면 요리를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니 친구를 초대하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나를 중심으로 곰곰이 따져보면,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더운 여름날, 미치도록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아로마 향을 피워야겠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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