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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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안 그러면 되겠네. 뭐 ~" 평정심의 달인이자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는 나의 지인 K는, 망설이다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는 나에게 이렇게 충고를 한다. 그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찡긋 미소를 지을 뿐, 가타부타 더 이상 말이 없다. 자고로 좋은 충고란 툭, 하고 던지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과거는 과거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고 암시하는 듯한 그의 무심함이, 그 어떤 살가운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그의 이런 충고 앞에서는, 더 이상의 변명도 원망도 토해낼 수가 없다.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 맞아. 안 그러면 되지 ~' 하고 고해성사를 하듯 혼잣말을 내뱉을 뿐이다. 나는 종종 내가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나, 뜬금없이 후회가 밀려들 때면, 그의 충고를 떠올리며 큰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곤 한다. "어쩌겠어... 앞으로는 안 그러면 되겠네. " 그러면, 진짜 체면이라도 걸린 듯이 아 무일도 아닌 것이 되고 금세 기분이 나아진다. 정말로...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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