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없는 하늘 아래 ' 오늘이 첫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흐릿한 하늘과 굵은 빗줄기에 시야가 흐릿하다. 하늘도 아버지가 없는 첫날을 맞이하는 나를 위해, 함께 울어주는 지도 몰랐다. 언젠가, 선배 언니가 그랬다.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나면, 생각은 물론이고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인생을 또 배우는 것이고.' 그때는 그 말의 속내를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딱히 무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내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과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면서 했던 많은 후회들과 장례미사를 보면서 하나님과 했던 약속들이 선 긋기를 하듯 교차되며 자신의 짝을 찾아간다. 언제나 후회와 약속은 양날의 칼이 되어 한 몸이 된다. 여전히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곧 우리는 아빠 없는 첫 추석을 보내고,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첫 설날을 맞을 터였다. 그렇게 아빠 없는 하늘 아래 수많은 첫날을 보내면서 아빠의 부재를 잊어갈 것이다. 거실에 앉아 멍하니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는 엄마는 지금 분명 아버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묘지에서 가을을 부르는 이 비를 맞으며 아버지는, 그 옛날처럼 아버지가 좋아하던 조용필의 노래를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나는 거실로 나가 엄마와 나란히 앉아 창밖을 본다. "아버지, 비가 오네요. 곧 가을입니다.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