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금)

by anego emi

'아무것도 하지 않기' - 간간이 기침을 쿨럭거리며 창밖을 본다. 어젯밤 감기약을 먹고 푹 잠이 든 탓에 몸은 개운했지만 기력이 없다.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구워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럴 때 잠이라도 실컷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침대 위에서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간신히 버티다가, 당연히 그래야 하듯이 골골 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 책을 펼쳐도 글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고, 펜을 들어 그림을 그리려 해도 손과 머리가 따로 노는 덕에 엉망진창이다. 왜, 나란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까. 게다가 몸과 마음이 이렇게 쇠약해진 이 순간에도,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는 죄책감에 안절부절 한다.. 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려 했으나, 달 뜨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 잡을 수가 없고, 억지로 잠을 청하면 자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진다.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활짝 열고 고개를 쑥 하고 밖으로 내밀어 본다.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나는 지금 자가격리 중이다. 평소에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지만, 이렇게 나갈 수 없는 형편이 되니 늘 걷던 공원의 숲길이 너무 그리워진다. 내 몸과 머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 시간이야말로, 어쩌면 내 마음과 생각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외면의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아닌 내면이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나를 키우고 단단하게 하는 시간. 나는 지금 그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굳게 믿는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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