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대체할 다른 무엇을 찾는 것이다. 즉슨, 알코올 중독이라면 술을 마시는 것 대신에 할 무언가를 준비했다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못 견 딜 것 같은 그때 그것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들지만도,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하고 단순해서 한 번 두 번 자신에게 자극을 주던 것이 대체되면, 그것으로도 만족감이라는 호르몬을 뿜어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못 견디는 성격이라, 딱히 할 일이 없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면, 마음이 금세 불편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강한 허기와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 순간 차가운 맥주 한 캔 혹은 샤도네 한 잔이 간절해진다. 보통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면, 가볍게 한 잔으로 끝날 일은 전무하며, 결국 냉장고 속에 남은 술을 다 비우고,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 휘청이며 마트로 향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일은 나에게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어쩌다 한번 주말과 연휴에 생기는 혼자만의 우픈 해프닝이기는 하지만, 나의 알코 의존증은 주의를 요함이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못 견디는 시간에 할 다른 것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내가 찾은 것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소위 멍하니 멍을 때리는 것이다. 하늘하늘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눈을 맞추고, 약간 입을 벌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바람 소리에 묻힐 때 더 영롱해지는 클래식을 듣는다. 그 순간, 나는 텅 빈 배가 되어 하늘을 구름처럼 부유한다. 그렇게 한 시간쯤 떠돌다 돌아오면, 신기하게도 술 생각은 희미해지고, 나를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진다. 나는 앞으로 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중독되어 볼 작정이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