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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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내가 까야하는 굴과 같다 '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나오는 대사다. 그 의미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닐까. 아무리 살이 올라 속이 꽉 찬 먹음직스러운 굴이라도, 내가 애를 써까지 않으면 내 입속으로 들어갈 리 만무하니까. 반백 살을 살아오면서 그런 진리쯤은 알고도 남음이지만 도, 그래도 아주 가끔은 이 정도 애를 쓰고 살았으면, 한 번쯤은 남들이 까주는 굴을 의젓하게 받아먹는 호사와 여유를 부리고 싶어 진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까야하는 굴일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달리 기대할 것도 기대하고 싶은 것도 없어진다.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책장을 넘기고 마음을 파고드는 문구들을 필사하고,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생각하려 애를 쓴다. 생각이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깊이를 더하고 날을 갈고 있으나, 그 답은 여전히 빙빙 제자리를 맴돌다가 결국 방황에 가까운 행보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사유를 멈추지 않는다. 인생의 전환기가 왔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애써 안심시켜온 불안이 서린 마음에서, 막연하지만 이대로 살 수가 없다는 확신으로 돌아서는 그런 순간 말이다. 나는 허둥지둥 억지로 하던 것들을 과감히 중단하고, 찬찬히 과거와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로 마음을 다잡으며, 굴 까기를 위한 준비를 한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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