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잣말을 하는 사람 ' - 막 지하철 문이 닫힐 무렵, 허름한 행색의 한 중년 남자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나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옆에 앉았다. 나는 양 무릎 위에 비스듬히 놓인 가방을 한 손으로 똑바로 움켜쥐고 읽던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순간, 그 남자는 괴성에 가까운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아하, 아하... 헤헤... 아니야! " 그러다가 얌전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침묵했다. 제법 큰 소리가 비명처럼 갑자기 울려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속 사람들은 모두 아무런 미동조차 없다. 다음 역에서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자, 다시 그 남자는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 어이, 어이... 헤헤... 아하 아하.. 햐~아이고 " 귀에 이어폰을 꽂은 한 남학생이 나와 그 남자의 사이를 성큼 파고들어 태연하게 앉았다. 남자는 지하철이 움직이자 다시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 짧은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나는 저 남자의 증상에 관해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앓으셨던 파킨슨병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가, 뇌에서 감정과 자극을 조절하는 영역인 아몬드 모양의 전두엽에 관해 알게 되었고, 이 전두엽이 심하게 발달되거나 이상 현상이 생기면, 우리가 알고 있는 조현병에 이르게 된다. 그 경중에 따라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는데, 가장 가벼운 증상이 바로 눈가가 심하게 떨리거나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며 칙칙 소리를 내는 틱 증상이다. 그다음이 바로 지금 이 남자의 증상인데, 머릿속에서 누군가 자꾸 말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에게만 들리는 그 목소리는 하루 종일 나에게 무어라고 떠들고, 때때로 나는 대답을 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분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를 알고 나면 두려움과 경계심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예전 같았으면 슬슬 그와 거리를 두며 자리를 피했을 터지만, 나에게 그는 그저 수많은 지하철의 인파 속의 조금 남다른 한 사람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가 두렵기보다는 안타깝다. 이 순간, 그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그 존재를 떨쳐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 분명하니까. (아네고 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