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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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가 나를 응원할 때 ' - 기분 좋은 우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우주의 기운으로 내 손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운명의 책'에서 심한 울림을 받고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그 생각에 스파크를 튕겨주는 불쏘시개 같은 책이 연달아 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펼쳐 든 책에서 울림은 배가되고, 공허함과 우울감으로 요동치던 가슴이 어느새 잠잠해진다. 잔잔한 치유의 바람이 불고 자신감이 수줍게 다시 옷깃을 여밀 무렵, 내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따뜻하고 살만하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소소한 일상의 한 조각들이 채워진다. 무겁고 투박했던 듀오백 의자를 과감히 재활용 코너에 내어놓고 길쭉한 벤치 의자로 버티던 나에게, 수줍은 소녀의 생기를 머금은 주홍빛 컬러에 보들보들한 촉감 게다가 가격까지 너무나 착한 의자가 운명처럼 발견된다. 냉큼 계산을 하려는 나에게, 수더분한 인상의 젊은 사장님은 이왕이면 흠집이 없는 깨끗한 걸로 고르라며, 전시해 놓은 똑같은 다자인의 의자들을 모두 보여준다. 내 눈에는 다 예쁘게 단장을 한 더할 나위 없는 작품들로만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매끈함이 도드라지는 것으로 골랐다. 동네 가구점의 메리트를 살려 배달 없이 직접 가져갈 경우, 할인가에 할인을 더 해준다고 했다. 나는 튼튼한 양팔을 펴 보이며 문제없다고 유쾌하게 말하고 의자를 들려는 순간, 인상 좋은 사장님은 자신도 지금 퇴근하려는 참이니 횡단보도까지 들어주겠다고 한다. 나를 대신해 의자를 가슴에 곱게 안은 사장님과 가을빛을 더해가는 동네 풍경에 관한 기분 좋은 잡담을 나누며 골목 어귀까지 걸어왔다. 그림과 글을 쓰는 작가라고 소개한 나에게, 그는 의자를 건네며 말했다. " 이 의자에 앉아서 좋은 작품 많이 쓰시면 좋겠네요. " 이 마지막 말이야말로, 서서히 슬럼프에서 벗어난 준비를 하는 나를 벌떡 일으켜 세우는, 완벽한 우주의 응원가가 아닐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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