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ok!

by anego emi

“ 오랜만에 강남으로 오면 어때? ” 참으로 오랜만에 저녁 약속을 했다. 집과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나에게 후배는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의 사진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을 보내며 강 건너 회동을 부추겼다. 날씨가 푹푹 찌기는 해도 듬섬듬섬 구름을 걷어낸 파란 하늘이 반갑다. 읽던 책을 덮고 급히 샤워를 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돌돌 말아 타월로 감싸고 손 때 뭍은 각종 메이크업 도구들을 꺼냈다. 책상 위에 동그란 앉은뱅이 거울을 올려 넣고, 퉁퉁 부은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메이컵베이스를 덧바른다. 나이가 드니 아무리 공을 들여 이것저것 찍어 발라도 이쁘지가 않다던 선배의 말을 떠올리며, 쓰지 않아 반쯤 말라버린 컨실러로 옅은 커피처럼 번진 기미를 감추려 애를 쓴다. 음영을 넣어 샤도우를 바르고 펜슬 라이너로 눈매를 그리고 볼터치로 발그스레한 생기를 불어넣는 순간, 눈가가 따끔따끔 쓰려온다. 눈꼬리에 물기가 맺히면서 애써 그려놓은 아이라인을 서서히 번지게 하더니, 어느 순간 눈 아래로 흘러내려 검정얼룩이 된다. 조심스레 면봉으로 닦아내고 다시 그려도 매한가지다. 점점 양 쪽 눈꼬리는 더 따끔거리며 그 위에 닿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구겨지는 미간을 애써 펴고 거울 속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참으로 야속도 하지… 큰 맘먹고 하는 외출인데… 그것도 몇 년 동안 집과 동네에 잠겨있다가 이제 겨우 수면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이왕이면 조금은 화사하고 예뻐 보이는 얼굴을 후배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속으로 이런 원망 섞인 넋두리를 쏟아내다가 마음을 다잡는다. 약속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는 후배는 반가운 듯 손을 번쩍 들어 나를 반긴다. 그녀와 마주 보고 앉은 나를 빤히 보며 빙긋 웃으며 말한다. “ 어머… 언니, 실내에서 웬 선글라스? 눈병난 건 아니지?” 나는 서둘러 메뉴판을 펼쳐 오늘의 스페셜 메뉴를 훑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아니… 눈이 부어서 그래… 봐줄 수가 없다… 내가 나를…”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메뉴판을 펼쳐들며 말한다. “우리 끼린데 뭐…” 몇 잔의 와인이 금세 채워졌다 비워지고 어느새 취기가 오른 나는 퉁퉁 부은 눈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그녀와 수다를 떨고 있다. 맨 얼굴이고 싶지 않아도 맨 얼굴이 되어야 하는 날들도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빛나는 그녀에게 조금은 죄송스럽지만도…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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