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점

by anego emi

중학교 시절, TV 드라마 속 여대생처럼 날씬하고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던 국어 선생님은 도시락에 꽉꽉 눌러 담은 흰밥을 양볼이 터져라 급하게 밀어 넣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 천천히 조금씩 먹어. 마음의 점… 그게 점심이거든.” 그리고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점처럼 작게 뜯어 낸 샌드 위치 조각을 오물오물 씹었다. 그런 선생님이 얼마나 우아해 보이던지… 언젠가 선생님처럼 커리어 우먼이 되면 마음의 점 같은 우아한 점심을 먹으리라 결심을 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고 직장인이 되어 보니, 점심은 마음이 점이 아니라 직장인의 구원이며 하루를 버티는 즐거움이란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 나온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를 떠나고 집을 작업실 삼아 일하는 처지가 되니 점심은 그 옛날 선생님의 말처럼 마음의 점이 되었다. 무엇보다 특별히 허기가 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삼삼오오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해서, 매번 편의점의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때우게 된다. 커피를 내리고 그 시절 선생님이 그랬듯이 점처럼 작은 크기로 떠어낸 샌드위치 조각을 입속으로 털어 넣는다. 그리고 혼잣말을 해본다. ‘음… 오늘도 우아하게 마음의 점을 찍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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