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예쁜 손님인가 봐… 이렇게 듬뿍 담아주니 말이야.” 좁다란 골목길의 중간에 위치한 조그만 반찬 가게… 그 가게 주인아주머니의 지인으로 보이는 한 어르신이 나와 플라스틱 통에 수북이 담기는 김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하며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 이쁜 손님이지. 우리 가게 김치 맛있게 먹는 손님은 다 이쁘지.” 나를 향해 눈을 찡긋 해 보이시며 주인아주머니는 다정하게 말했다. 손맛 양념맛 자랑하는 반찬가게야 동네에 여러 곳이 있지만, 아쉽게도 김치가 맛있는 집은 드물었다. 딱히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살 때마다 그 맛이 들쑥날쑥하고, 그 이유로 손이 잘 가지 않아 냉장고 속에서 쉬어버린 김치 덕분에 몇 날 며칠 찌개를 끓여 먹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김밥집이었던 가게가 육개장과 손만두 그리고 겉절이김치와 갓김치, 딱 4가지 메뉴만 파는 반찬가게로 바뀌었다. 짧은 커트머리에 동그란 눈과 서글서글한 인상의 주인아주머니는 호기심에 가게를 기웃대는 나를 발견하고 들어오라고 가볍게 손짓을 했다. 손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두 여인은 양손 가득 김치와 육개장을 들고 만족스러운지 목소리를 높여가며 말했다. “ 김치가 너무 맛있어요. 금세 한통 다 먹고 생각나서 이렇게 왔죠. 육개장도 파는 것보다 맛나요.” 그러더니 그들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있는 나를 힐끔 돌아보며 양미간에 힘을 주며 말했다. “ 김치 진짜 맛있어요. 먹어봐요 진짜…” 요란한 웃음소리를 가느다란 꼬리처럼 끌며 그녀들이 가게 문을 나서고, 뻘쭘하게 선 채로 가게를 둘러보는 나를 향해 주인아주머니는 말했다. “ 김치 맛 좀 볼래요? 맛있으면 얼른 새로 무쳐서 한통 줄게요.” 진열대 뒤편에 잔잔한 꽃무늬가 있는 커튼이 쳐진 부엌에서, 김치를 무치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검정 실루엣이 되어 어른어른 거린다. 그 순간, 어린 시절 김치를 담그던 엄마 옆에 쪼그리고 앉아 겉절이 김치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기를 고대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킨다. 뜨거운 밥에 김치를 올려 한입 크게 먹을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진다. 도시락만 한 플라스틱 통에 고봉으로 김치를 담고 가장자리에 뭍은 김칫국물을 행주로 말끔히 닦아내고 뚜껑을 닫아 내게 건넨다. “ 맛있게 잘 먹고 건강하면 더 좋고요” 주인아주머니의 인사 덕분에 김치 맛은 사는 맛이 되고 찐 맛이 된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