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는 동네시장으로 두부 심부름을 보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국수 그릇 같은 대접을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 두부 부스러지지 않게 여기에 잘 담아와 ” 콩나물을 비롯한 다양한 푸성귀를 파는 시장 입구의 야채가게로 가 대접을 내밀면, 주인 할머니는 아무런 말도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톰한 막 쪄낸 백설기 같은 두부 한모를 쇠 주걱으로 떠서 담아주셨다. 그걸 받아 들고 두부가 식을 새라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몇 번 토닥인후, 두부 귀퉁이를 조금 뜯어 호호불어 입속으로 넣었다. 오물오물 두부를 씹으며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 음… 맛있다 ’ 나는 그런 엄마를 신기한 듯 빤히 올려다봤다. 요즘이야 마트에 가면 네모난 통에 담긴 아담한 두부들이 넘처나지만, 나는 번거롭더라도 다리품을 팔아 꼭 손두부를 고집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큼직한 손두부 한모를 가져간 지퍼락 통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와 그 시절 엄마처럼 두부 귀퉁이를 뜯어 냉큼 입속으로 넣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순간, 어린 시절의 엄마와 내가 반짝하고 떠오른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