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쌈

by anego emi

“ 봄동이 너무 맛있다. 조금 사다가 쌈이라도 싸서 먹어봐” 맛있는 걸 먹으면 ‘맛있다’는 감동보다 자식 생각이 먼저 앞서는 대한민국 엄마 중의 한 사람인 우리 엄마는, 오늘도 시장길에 사 온 봄동을 한 잎 한 잎 흐르는 물에 씻다가 무심결에 한입 베어 물고, 그 아삭하고 달큼한 맛에 툭하면 인스턴트로 한 끼를 때우는 딸의 얼굴이 번쩍 떠올랐으리라. 지금이 제철이라는 봄동 - 소리 내어 불러보니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투명한 햇살이 반쯤 새어 나오는 창가의 커튼을 활짝 걷고 크게 기지개를 켜며 또 한 번 ‘봄동’하고 소리 내어 불러본다. 그래, 오늘은 봄동을 만나야겠다. 동네 마트로 가 활짝 핀 납작한 꼬마 배추 같은 봄동들을 요리조리 들어 보다가 이파리가 푸릇하고 심지가 노란 것으로 한통 골라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추운 날씨 탓에 제법 몸값이 오른 청양고추 한 봉지와 찌개용 순두부 한 봉지도 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봄동을 한 잎 한 잎 뜯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즉석밥을 돌리고, 소스만 부으면 뚝딱인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지난 명절날 얻어온 밑반찬 몇 가지로 한 상 차려내니 제법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손바닥 위에 딱 맞게 올려지는 봄동 잎에 밥 한 숟가락과 쌈장, 청양고추를 올리고 돌돌 말아 입속으로 크게 밀어 넣는다. 우걱우걱 숨도 안 쉬고 빠르게 씹어 삼킨다. 입안 가득 달큼하고 향긋한 이른 봄의 맛이 났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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