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음식 중에 하나는 바로 국민메뉴인 자장면이다. 나에게 자장면은 야근의 추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입사한 후에 그 많은 야근과 철야의 저녁 혹은 야식은 대부분은 자장면이었다. 그때만 해도 ‘배달의 민족’이 우리 곁에 없었던 때라 배달이 가능한 음식이라고 는 소위 철가방이라고 불리는 그분들이 그릇째 랩에 둘둘 싸서 가져다주는 중국음식뿐이었다. 가끔 볶음밥과 짬뽕을 시켜 먹을 때도 있지만, 잔뜩 골이 오른 선배나 까칠한 팀장이 “나는 짜장”이라고 선창을 하면, 요즘처럼 당차지도 자기주장이 분명한 세대도 아니었던 나는 “ 그럼 저도 짜장 “이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 외쳤다. 운 좋게 회의가 잘 끝난 후에 먹는 자장면은 그나마 적절한 농담과 훈훈한 덕담이 오가는 덕에 먹을 만했지만, 광고주의 변덕이나 패악으로 거친 말이 오간 후에 먹는 자장면은 그야말로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내 가슴을 꺼내 먹는 것처럼 역겨웠다. 그렇게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팀 사람들이 고스란히 남긴 자장면 속의 불어 터진 면뭉치는, 한 그릇에 모두 모아서 버려야 했는데, 이것 또한 팀의 막내인 내 몫이었다. 내가 먹던 것도 토가 나 오는 판국에 남의 것까지 매번 치워야 하는 내 처지는 물론이고, 아무리 조심을 해도 손에 끈적끈적 달라붙는 자장 소스와 희미하게 옷이며 몸에 배어든 자장면 냄새도 싫었다. 그때마다 나는 결심을 했다.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 모두에게 당당히 말하리라. “ 나는 자장면이 싫다 그리고 야근은 더 싫다 ” 오늘 문득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며 길가에 새로 생긴 중국집의 창문 너머로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한 무리의 직장인들을 힐끔 훔쳐본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절 우리는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저들처럼 자장면을 점심으로 먹었다면 바닥의 소스까지 말끔하게 먹어치우지 않았을까. 하긴…. 야근을 하면 어차피 먹을 음식을 점심으로 먹자고 눈치 없이 누가 제안을 했을까.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