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설, 도시락 반찬에 있어서 무적의 삼총사를 꼽으라면… 아마도 집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는 몰라도 빠지지 않은 원탑은 다름 아닌, 분홍 소시지일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는 고춧가루를 솔솔 뿌리고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단무지와 간장에 자작하게 졸여낸 어묵볶음 그리고 울퉁불퉁 노란 계란 레이스를 해바라기 꽃잎처럼 두른 분홍 소시지다. 이 무적의 반찬 삼총사는 일주일에 몇 번은 도시락으로 출격해 찬밥이든 더운한 밥이든 뚝딱 해치우게 했다. 언제부터인가, 후랑크 소시지와 비엔나소시지가 전격등장함과 동시에 서서히 출격하는 날이 급격하게 줄어든 분홍 소시지는… 때가 되었다는 듯이 어느 순간 그 자리를 갈색의 소시지들에게 물려주고 우리의 도시락에서 사라졌다. 몇 년 후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이 되어 우연히 백반집에서 발견된 분홍 소시지는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며 게눈 감추듯이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가끔 퇴근길에 헛헛한 마음을 안고 맥주 몇 캔 사들고 집으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나는 술안주로 이 분홍 소시지를 내놓는다. 적당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계란 물을 입힌 분홍 소시지가 노릇노릇 구워지면, 한층 도톰해진 분홍 속살이 먹음직스럽다. 이 분홍 소시지 앞에 지인들은 하루 동안 품었던 자잘한 고민과 걱정은 순간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에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나는 소시지가 수북하게 담긴 접시 위에 새빨간 케첩으로 큼지막하게 하트를 그려내며 눈을 찡긋해 보인다. 이렇게 맛은 추억이고 추억은 무적의 맛이 된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