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짬뽕국물의 활용도는 짬뽕이다. 무슨 소린인가 하면, 짬뽕국물은 술꾼들의 얼큰한 술안주가 되었다가 다음 날 속풀이 해장국이 되기도 하고, 면을 건져먹고 남은 국물은 냄비에 고이 담겨 자취생들의 끼니를 책임질 만능국으로 변신한다. 어디 그뿐인가 … 몇 년 전, 친구들과 겨울바다를 볼 요량으로 속초여행을 갔다가 덜컥 감기에 걸린 나는, 밤새 끙끙 앓다가 해가 뜨자마자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이 병원일까 하는 의심이 들만큼 수상한 인테리어와 엄연히 간판에 내과라고 써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과와 뜸은 물론 침치료, 마사지등을 겸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주말에 문을 연 곳이 이곳뿐인지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양볼에 사탕을 문 것 같은 동글동글 푸근한 인상의 여의사선생님은, 이마에 무심하게 손을 얻어보고 입을 벌려보라고 한 후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 “ 감기에 제대로 걸렸네 ” 주사라도 놔 달라고 애원을 하는 나에게 그러고 싶지만 지금 주사를 놓을 수 있는 간호사가 외출 중이라 안된다고 말하며 또 빙긋 웃었다. 독수리 타법으로 처방전을 쓰다가 내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친구에게 대뜸 말했다. “ 있잖아… 병원 골목에서 쭉 걸어가면 홍춘각이라는 중국집이 있어요. 거기 짬뽕국물이 아주 얼큰하고 좋아. 저 친구, 약 먹기 전에 짬뽕 한 그릇 꼭 사 매겨요. 짬뽕국물에 땀 쏙 빼고 나면 감기 똑 떨어진다니까…” 나를 대신해 처방전을 받아 들면서 친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짬뽕국물을 강조했다. 친구는 그녀의 말대로 손사례를 치는 나에게 억지로 짬뽕을 사 매겼으며 그릇째 들어 국물을 마실 것을 강력히 권했다. 짜고 맵고 그러다 얼큰했는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내내 땀이 줄줄 났고, 약을 먹고 몇 시간 기절한 듯 자고 났더니 감기가 정말로 감쪽같이 나았다. 활용도가 짬뽕인 짬뽕국물은, 이제 의사도 인정한 민간요법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요즘 같이 으슬으슬 한기가 돌며 감기 기운이 넘실대는 순간, 짬뽕국물 한 사발이면 끄떡없다는 사실에 은근슬쩍 힘이 난다. 참으로 대단한 우리의 짬뽕국물인 것이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