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anego emi
자전거 배우기

자전거, 솔직히 난 타본 적이 없다. 나의 어린 시절엔 소위 씽씽이라는 녀석과 롤러 스케이트가 인기였다.아파트 놀이터 앞 공터에서 우리는 틈만 나면 모여 두 녀석들을 번갈아 탔었다.나이가 들어 가끔 춘천이라던가 한강 고수부지라던가에 바람을 쌔러 가면 여지없이 자전가를 타자는 제안을 누군가 한다.모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난 머뭇거린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어느 날씨가 눈부시던 날 춘천에 갔을 때였다. 모두 호숫가를 자전거로 느릿느릿 산보하듯 가을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 달리던 그날, 난 아직도 다소 더운 기운이 남아있는 덕에 연신 땀을 딱아내며 한 참 뒤쳐진 채 그들 뒤를 뚜벅뚜벅 따라가야 했다.이게 뭐람… 자전거, 그것도 안배우고 지금까지 뭘 했데? 그게 뭐라고 …그 다음날, 인터넷을 뒤져 자전거 배우기 좋은 곳을 찾아냈다.만사를 제치고 편하고 푹신한 운동화를 찾아 신고 서울숲으로 향했다. 씩씩하게 자전거 대여소를 찾아가 한번도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는 나의 처지를 밝히고 핑크빛 소녀풍의 자전거를 빌렸다.아직 살짝 더운 탓인지, 대여소 초입에 있는 베드민턴 경기장이 비어있다.그래, 저곳으로 가자. 대여소 아저씨의 가르침대로 스키 타듯이양쪽 발을 한 발씩 바닥으로 힘차게 내딛으며 균형잡는 연습을 하는 거다.아저씨말로는 20~30분만 연습하면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눈을 찡끗해 보이신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아저씨의 바램일 뿐. 30분을 지나 한시간이 지나도 나의 이 정신나간 균형감은 돌아오지않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자전거와 축 쳐져가는 나의 몸은 포기라는 달콤한 유혹에 무릎을 꿇기 직전이다.아~ 힘들다. 세상에 쉬운게 없구나. 그 순간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목이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가 뒷자석에 ‘청화루’라고 궁서체로 강렬하게 쓰여진 배달통을 실고 소림사의 고수 마냥 팔짱을 끼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내 앞을 유유자적 자전거 패달을 굴리시며 지나가신다. 그 여유있는 표정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몇가닥 안되는 머리카락이 어찌나 부럽던지, 난 왜 안되는 걸까? 저렇게 쉬워보이는,저렇게 시원해보이는 자전거 타기가... 자전거, 그게 뭐라고…1시간 반의 사투끝에 난 결국 가까스로 10m가량의 짧은 거리를 자전거로 달린다기 보다는 억지로 움직이는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자전거를 반납하고 말았다.대여소의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캔 하나를꺼내들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대여소 아저씨는 “그게, 자전거가 쉬워보여도 누구나에게 쉬운 건 아니지.그래도 뭐 몇번 타면 금새 배워요. 시간나면 내일도 와요”네, 암요. 쉽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전 꼭 탈랍니다. 억울해서 라도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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