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전략

by anego emi

점심때가 되었지만 손님이 뜸했다. 대모님의 가게는 위치적으로 불리했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한참 떨어진 골목길 안쪽에 위치했고, 초입부터 줄줄이 한국 식당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진녹색의 앞치마 끈을 동여매고, 추위에 대비해 든든한 곁 옷까지 걸치고 씩씩하게 가게 앞에 섰다. 아르바이트 생을 써서 전단지를 뿌리는 대신에 내가 나서서 호객 행위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게마다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자기 가게 앞을 벗어나지 않는 것 - 옆 가게를 통과하고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는 순간 만이 호객 행위가 가능하다 -이다. 나는 내 또래로 보이는 중년 여인들과 아이들과 동행하는 가족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나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일단 눈을 마주친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요즘 가장 핫한 삼겹살 세트를 시작으로 순부두, 치즈 김치전 등의 메뉴를 맛깔스럽게 소개한다. 기본 찬이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제공됨을 강조한다. 전부 한국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손수 만든 음식이라는 사실로 확신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망설인다면, 서비스로 맥주 한 잔 혹은 한국 인스턴트커피를 후식으로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어찌 된 일인지 이것이 잘 먹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회사의 광고 카피를 다년간 쓴 경험이 이 순간에 빛을 발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마주한 채 술술 쏟아내는 음식 자랑에 행인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군침을 삼키다가 결심한 듯 가게로 성큼 들어선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모님이 두 팔로 그들을 환대하고, 특유의 호감 가는 반달미소를 지으며 기본 찬을 푸짐하게 내온다. 점장이 메뉴판을 건네고 오늘의 특선 메뉴를 설명하고 그들에게 주문할 시간을 준다. 한국인들과 달리 소심한 일본인들에게는 가게의 간판 메뉴와 오늘의 메뉴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이 가게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메뉴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고, 손님들은 그것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이다. 나는 일본 여행을 하는 지인들에게 식당에 가서 무엇을 시켜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무조건 오늘의 추천 메뉴를 물어보고 그것을 주문하라고 권한다. 웬만해서는 실패가 없다. 왜냐하면 가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메뉴를 추천할 때는 추천인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 단위의 손님에게는 삼겹살 세트 메뉴를, 여인들의 점심 모임에는 순부두와 김치전을 추천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나의 추천에 매우 만족했다. 대모님은 장사 감각이 타고났다며 나를 치켜세웠고, 나의 호객행위 덕분인지 가게는 금세 손님들로 꽉 찼다. 심지어 대기 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장이 나에게 차가운 소다 한잔을 가져다주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 누님, 이제 슬슬 애들 지치니 손님들 그만 받아요. 들어오셔서 컵 닦는 거 도와주셔도 좋고요.”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안을 쳐다봤다. 식사가 끝나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이 나가면 가게는 다시 원점이다. 이제 슬슬 불이 붙기 시작했는데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차가운 소다 한 모금을 크게 마시고, 다시 목청을 높여 외친다. “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맛보세요. 한국 어머니의 손 맛을 경험하세요.”


오늘 장사는 대 성공이었다. 저녁 9시쯤이 되자 손님이 뜸해졌고, 오늘의 재료는 대부분 소진되었다. 아르바이트 생이 퇴근을 하고, 점장이 오늘의 매출을 정리하는 동안 대모님은 시원한 맥주 한잔을 손수 따라서 나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 “ 오늘 우리 딸내미 덕분에 장사도 너무 잘되고 고마워요.” 나는 빙긋 웃으며 맥주잔을 받아 들고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3분에 1을 단숨에 마셨다. 하루 종일 떠든 탓에 목이 탔다. 맥주 맛이 꿀맛이다. 역시 열심히 일한 다음에 마시는 맥주 맛이 최고다. 계산을 마친 점장이 우리 곁으로 와서 옆 테이블에 앉으며 말했다. “ 마마가 서비스를 너무 많이 주셔서 별로 안 남았아요. 야채나 반찬 양도 조금씩 줄이고 서비스도요. 다음에 서비스를 기대하고 왔는데 안 주면 실망해요. 그거 역효과예요.” 점장은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대모님과 나를 힐끗 봤다. 나는 서비스는 마마(대모님)의 의견에 따르자고 했다. 대모님의 살가운 서비스는 우리 가게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고, 분명 마케팅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당장 매출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점장에게는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매출보다 단골손님 확보를 위해서는 대모님의 접근 방법이 더 나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대모님은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둘 다 일리 있는 의견들이야. 그러나 나는 한국의 어머니로써 손님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서 더 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 점장의 의견도 마음이 담아둘게. 자, 오늘 모두 고생들 했어요. ”점장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를 보면 말했다. “ 누님은 내일 오후에 나오셔도 되고 안 나오셔도 돼요. 내일은 일요일이니 별로 손님도 없고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만 오라고 할 거예요.”순간, 대모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경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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