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자기 계발을 은퇴합니다

오늘부로 자기 계발을 은퇴합니다 (1화)

by 문전성시
나, 오늘부로 자기 계발에서 은퇴하기로 했어...

운동선수들이 은퇴를 고민하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 공식적으로 자기 계발을 그만하겠다는 다짐을 하기까지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지금도 다니고 있지만..)

자기 계발에 대한 스트레스를 꾸준하게 받아왔고,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있는 자기 개발서 제목만 봐도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곤 했는데 스스로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사실이었다.




한때는 자기 계발을 하는 게 재밌었다.

시간을 들이는 만큼 지식이 늘어나는 기쁨이 있었고, 배운 것들을 회사에서 조금 써먹게 되는 날이면 '역시 하길 잘했군'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30대의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며 살았었다.

신입사원 때는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외부 강의를 찾아다녔고,


퇴근 후에는 부족한 어학실력을 키워보겠다고 책만 미리 사놓고 매번 책상 위에 쌓아놓곤 했었다.


업무 관련 자격증을 따겠다고 한동안 주말마다 도서관을 다닌 적도 있고,


급기야 회사를 다니며 학위를 따 보겠다고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대학원을 다니느라 육아를 소홀히 하기도 했다.


결국엔 박사까지 끝내야겠다며 준비하던 찰나 와이프가 나에게 물었다.


" 박사학위까지 하고 나면 어떤 삶이 그려지는 거야?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금방 지나가고 있어.

그 이후의 명확한 목표가 현재 없다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당시 와이프의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머리가 멍해지고 언제부터 왜 이렇게 자기 계발이란 것에 끌려가듯이 살고 있었는지 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뭔가 있겠지, 안 하면 불안하니까 뭐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라는 의문이 드자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자기 계발에도 은퇴가 있을까?

와이프의 질문에 대해 한동안 고민했고, 결국은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고민이 길어지자 와이프는 이 참에 과감히 자기 계발 같은걸 생각하지 말고,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좀 가져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2~3년이 금방 지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 나는 '자기 계발 은퇴'를 와이프에게 공식적으로 알렸다.


나는 전과 다름없이 멈춰있었지만 삶은 생각보다 풍요로워졌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간 쳐다도 안 보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느긋하게 읽었다.


퇴근 후 책을 읽던 열정으로 발품을 팔아 찾아다닌 끝에 와이프의 꿈이었던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을 지었고,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좀 더 같이 보내고자 짧게나마 아빠 육아휴직을 쓰고 이런저런 추억거리도 쌓았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직장인으로서 자기 계발을 내려놓으면서 벌어진 일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To. 자기 계발 은퇴 예정자에게

직장인에게 자기 계발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멈춰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많은 책들과 블로그에는 이런저런 자기 계발이 좋다고 하루빨리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어디까지 어떻게 하는 게 나에게 잘 맞는 건지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간 직장인으로 이런저런 자기 계발을 하면서 깨닫게 된 점들과,

자기 계발을 은퇴하면서 느낀 점들을 모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자기 계발 은퇴'를 고려해보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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