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자기 계발을 은퇴합니다 (3화)
우리 회사를 다니면서 학위를 따는 게 가능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하지만, 일이 부쩍 많아지고 있는 대리 직급에 학위를 위한 공부를 계획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무슨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건지부터 확신이 서지 않았다. 원래 있기는 하던 전공은 이미 머릿속에서 하얗게 사라진 지 오래이고, 다른 전공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역시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최소 2년에서 4년은 꾸준하게 해야 할 텐데 야근에 출장에 가정에선 육아에...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아서 마음먹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하는 사람이 많구나...?
처음에는 방통대를 통해 지금 하는 업무와 맞는 전공으로 입학해서 공부를 해 볼까 생각했었다. 입학을 알아보고 조금씩 준비를 하려고 알아보던 중, 원래 내 전공도 지금 제대로 못 살리고 있는데 한창 학위과정을 하다가 회사에서 담당업무를 바꾸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자 쉽사리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4년 과정은 좀 무리인가.. '라는 생각이 들자 차라리 2년 과정인 석사학위를 알아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현재 업무와 가장 가까운 전공의 석사과정 입학을 찾아봤는데, 막상 교육과정을 쭉 훑어보니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지금에 와서 원래 전공의 석사 과정을 하라고 해도 엄두가 안 나는데 타전공을 바로 석사부터 시작한다는 건 직장인이 쓸 수 있는 시간을 넘어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서,
전공과는 무관하게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어떤 학교나 학과에서 학위를 따는 게 가능 한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는 많은 곳에서 직장인이 다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고, 퇴근 후에 움직일 수 있는 동선과, 마음속에 그리는 미래의 커리어의 모습, 나중에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학과를 찾아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고 입학 준비를 시작했다.
인사기록에는 올려드리지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를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보니 결국은 잠을 줄여야 내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공부를 병행하는 2년 간은 피곤한 일상이 계속되었고, 처음 써보는 논문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을 포기를 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겨우 졸업은 하게 되었는데, 뭔가 뿌듯한 마음에 회사 인사과에 졸업 사실을 알리고 학위 기록을 올려달라고 신청을 했으나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을 받았다.
결국 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학위를 마친 것이 그냥 자기만족으로 끝나겠구나..라는 씁쓸한 결론을 깨닫게 되었다.
"직장인의 학위는 결국 비즈니스이다"
학생 때는 좀 더 순수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지만 직장인이 하는 것은 꼭 그렇지 않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혹은 현재 직장에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좀 더 우위에 있기 위해 늦었지만 다시 학교에 다닐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 역시 예전 내가 학생일 때와 보던 모습과는 많이 바뀌었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인구가 처음으로 50만 명 근처까지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 의미는 결국 매년 발생하는 신입생의 학비로 채워지던 대학교의 재정이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 학비를 기꺼이 낼 수 있는 직장인들을 어느정도 끌어모아야 대학교도 재정이 유지가 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우후죽순으로 학위과정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이직을 해볼까...?
사실 회사를 다니며 2년간 공부를 할 수 있던 것은 와이프의 배려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막상 졸업은 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고 왠지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학위를 써먹으려면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해야 하는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결국은 자기만족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 과정이 끝나면서 얻게 된 점은
첫 번째 이전보다 지식이 늘었고,
두 번째 이력서에 쓸 학위가 하나 추가되었다는 것과,
세 번째 다양한 인맥이 좀 생겼다는 점이었다.
직장인 동기들이 여럿 생기다 보니 어느 회사가 괜찮다더라, 어디에 곧 공고가 나는데 서류심사 정도에는 추천해 줄 수 있더라 라는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직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품게 되었던 것 같다.
세상 모든 게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뭔가를 생각하고 학위를 받기까지 실행했다면, 거기서 멈추지말고 그 다음에 따라올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