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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Jun 27. 2020

단독주택을 짓는 비용은 왜 이렇게 비싼 건가요?

30대를 위한, 미니멀주택 가이드라인 (4화)

죄송한데, 이 집 짓는데 얼마 드셨어요?

단독주택을 짓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우리 가족이 그동안 어디에서 어떠한 삶을 살다가 이곳에 집을 짓고 정착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소소한 개인사가 아니라,

이 집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였다.

놀라운 점은 오랜만에 놀러 온 지인이던,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길에 우리 집 앞을 지나다 인사를 건넨 처음 보는 사람이던 결국은

한결같이 같은 질문을 하였고,

그중 일부는 "실례인 줄 알지만.... "하면서 물어보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갑자기 우리 집 마당 안으로 들어와, "이 집은 짓는데 총 얼마 들었소?"라며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집을 구경하게 되면,
'집 구조 괜찮고 인테리어 이쁜 건 이제 알겠으니 대체 얼마에 나온 매물인지 얼른 알려줘!'라고
혼잣말이 나오는 걸 알기에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가능한 한 매번 성의 있게 답변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개인 건축주의 관점에서 단독주택을 짓는 비용에 관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 글의 내용은 개인 단독주택을 지으며 알게된 내용으로 작성된 견해임을 말씀드리며, 혹시나 직업과 연관되신 분들께 피해가 없도록 민감하거나 잘못된 정보는 수정하겠습니다.
(참고사진은 본문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판매자 주도 시장 (Seller's Market)

물품이 수요에 비하여 공급 부족인 상태인 때 존재하며, 그런 시장에서는 물품 가격이 판매자의 추정 가격으로 책정되도록 거래의 경제적 힘이 작용하는 경향을 띠게 됨 (출처 : 관세청)



우리 가족은 5 년동안 3 번의 도전 끝에 주택을 짓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도심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30가구를 모아 전원마을을 같이 꾸려가기로 한 곳이었는데, 당시에 내가 알아본 바로는 가장 저렴하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였다.

(토지포함 2억원대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었는데, 계약하고 얼마 후 이직을 결정하면서 결국 정리했었다)


두 번째는 원하는 곳에 마음에 드는 토지를 찾아 구입까지는 했는데, 시공업체를 찾아보니 공사비용이 당시 준비된 비용보다 너무 비싸고 마땅한 업체도 찾지 못해 안절부절하다 다시 토지를 되팔아버렸다. (다행히 토지는 금방 팔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지금의 집을 짓게 되었는데,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어떠한 점이 도중에 집짓기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는지,

단독주택 짓기를 꿈꾸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




여러 번 고민해봐도 결국은 돈과 관련된 문제였다.


가장 중요한 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돈을 써야하는 대부분이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안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는 점이었는데,

건축주는 본인이 준비한 많은 돈을 쓰면서도 매번 판매자에게 휘둘리기 쉬운 구조였다.


달리 표현해 보자면,

많은 부분이 '정가'보다는 '싯가'로 책정되어 있어서 건축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이 가격이 어느정도 맞는건지 전혀 감도 안 오는데다,

시장에서는 이런 '싯가'들이 마치 '정가'처럼 탈바꿈되어 있어매번 비싸다고 느끼며 돈을 쓰면서도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비싸다의 의미는 절대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예:10억짜리 25평 아파트가 5억짜리 100평 단독주택보다 비싸다)

상대적인 의미로도 구분될 수 있다(감자 한상자가 5천원인데, 처음보는 야채 한상자가 십만원이라면 비싸서 구매가 망설여질 것이다)


정리하면 건축주가 단독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알게되는 가격들은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판매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해서 알려주기때문에,  


그리고 일반인은 견적서에 적힌 항목들의 절대값을 비교하기도 어렵고, 항목마다 들어가는 돈의 단위도 크다보니 비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결국 글 제목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연설명 : 원래 표준어는 '시가(市價)'로 시장의 가격을 의미하지만, 이해를 위해 통상 시장에서 판매자가 붙이는 가격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속어인 '싯가'를 사용했습니다 )


▲ 단독주택 (이미지 출처 : 뉴질랜드 타임즈)




아파트를 구입하는것과 주택을 짓는 과정을 비교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분양공고를 통해 각 아파트의 분양가를('정가') 보고 모델하우스에 들려 집의 구조나 위치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청약을 넣고 운이 좋아 당첨이 되면 분양가만큼을 직접 혹은 은행을 통해 준비하고 미리 공지된 기간에 맞춰 입주를 하면 된다.


심지어 도중에 미리 내야 하는 중도금도 건축회사와 연결된 은행을 통해 낮은 이자로 쉽게 대출해주기도 하고, 사정이 생겨 계약을 포기할 상황이 되어도 다른 수요자에게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구매자가 주도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아파트 청약공고  (이미지 출처 : 청약홈)


하지만 단독주택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집을 짓기 위해서 토지를 먼저 사고 건축을 위해 시공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비용의 관점에서 3단계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토지에 들어가는 비용

(2)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

(3) 기타 비용


첫 번째,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 건축주는 보통 100평 전후의 땅을 떠올리는 편인,

내가 찾던 지역에서 지목이 '논'이나 '밭'이 아닌 '대지'이면서,

땅 모양도 좋고 도로와의 연결성도 적절하고 정남향이면서 크기도 집짓기 딱 좋은 멋진 매물을 만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이다.


설사 찾았다고 해도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하는 공시지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비싼 가격으로,

땅주인이 선심 쓰듯 싸게 파는 거라고 말하며 알려주는 값이 매매가('싯가')인지라,

예비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 토지를 구입하는 게 과연 잘 사는 것인지 시작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두 번째, 건축에 드는 비용을 알아보기 위해 책이나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

대개는 건축주가 원하는 주택의 규모와 비용을 먼저 정하고, 본인과 스타일이 잘 맞는 시공업체를 찾아 견적을 내고 건축을 진행하면 된다며,

마치 얇은 교과서에 요약된 표를 보여주는 것 처럼 쉽게 조언해주는 글들이 있다.


실상은 토지를 구입하고 나서 건축시장에서 시공업체를 찾아보니,

생각과는 좀 다르게 1억 원대 공사만을 주로 진행하는 업체가 있었고,

2억 원대 혹은 3억 원대 이상의 공사를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구분되어 있었다.


문제는 1억원대 공사를 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작고 영세한 곳이 많아서 위험해 보이거나 불안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3억 원대 공사를 주로 진행하는 시공업체의 스타일이 맘에 들고 평도 좋아서, 글에서 본 것처럼  '나는 1억원대의 주택을 짓고 싶다'라고 의뢰를 했지만 일을 맡아주지는 않았다.

(특별한 경우가(지인을 통한 소개 등) 아니라면 쉽지않은듯 보였다)


나중에 알게된 내용이지만,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집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공사기간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소위 '품'이라고 말하는 일의 양이 비용에 정비례하여 줄어들지는 않기때문에 이런 계약이 반갑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시공업체의 규모나 직원 수를 고려하면,

한 채의 집을 지을 때 어느 정도 회사의 수익이 확보가 돼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긴했다.


결국 지역이 너무 멀다던지, 기존에 진행 중인 공사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양해를 바라며 계약을 하지못했고,

1억원대로 공사비용을 잡고 주택을 지어보려던 계획은 틀어지게 되었다.


(부연설명 : 위 내용은 모든 시공업체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건,

건축주인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보니, 내가 심사숙고 끝에 예산을 준비하고, 이것저것 알아본다고 해도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또한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려다 보면,

어딘가 문제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거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어서, 

여저기서 말하는 '집 한 채를 지으면 10년이 늙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이미지 출처 : 미주중앙일보)



그럼 주택시장에서,
 판매자가 정하는 금액은
 얼마 정도인가요?

결론적으로,

주택을 짓기 위해 시장에서 '판매자들이 어느 정도 정해놓은 가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단독주택을 준비하는데 있어 비용이 얼마가 필요한지 역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1) 토지에 들어가는 비용


택지지구가 아닌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외곽지역의 경우, 시설공사를 하고 100평 단위 필지로 구분하여 판매를 하는 토지는 신기하게도 평당 160만 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곳이 제법 많다.

땅의 크기는 제각각이긴 하지만 최저 기준선을 1.5억~2.0억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택지지구는 평당 400만원이상으로 분양되는데, 다음편에 좀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2)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

 

목조주택으로 건축면적이 35평 전후, 2층 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고, 요즘 30대의 세련된 눈높이에 맞는 실내외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보통 이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시공업체의 견적은 최소 2.5억정도가 기준선으로 보인다.


시공 견적과 관련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자면,

건축주는 시공업에서 건네준 10장 가까운 견적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도 모든 숫자를 이해하며 받아들이는게 쉽지않다.


원가를 분석해보며 가격을 낮춰보고 싶은 건축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차피 주택시공을 위해 들어가는 순수 재료비는 전체 비용과 비교할  놀랄만큼 높지가 않다.


결국 건축이란 어느정도 전체 비용을 결정고,

견적서 안에서 숫자들만 바뀌는 느낌이라 그냥 시공업체의 '싯가' 이해하고,

대신 시공업체와 그 가격과 일정 안에서 최대한 많은 요구사항을 들어달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3) 기타 비용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집을 짓다 보면 큰돈을 쓰게 되고, 점점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그럴 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쨋든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부분 정해진 값이 아니다보니, 약 5천만 원 정도는 기타 비용으로 잡아놓으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주택을 짓는 과정을,

'판매자가 주도적인 시장'비용으로 고려해 볼 때,

총비용이 대략 4.5 ~ 5억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이는 단독주택을 지어보신 분이 보기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숫자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느 지역에 토지를 구하는 가에 따라 혹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남궁현자' 같은 분께 설계를 맡겨, 영화에서처럼 으리으리하게 건축을 한다면 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리라는 건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아이폰 12 예상 사진 (이미지출처 : 비아이뉴스폰)


끝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제조원가가 40만 원이라고 알려진 아이폰을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도 밤새 줄을 서고 기다면서 구입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고,


나중에 아이폰을 중고로 판매하더라도 가격방어가 좋아서 다른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편이다.


비싼 물건은 비싼 이유가 있고,

저렴한 물건은 저렴한 이유가 있다.


주택 역시 너무 싸게만 지으려고 고민하다 보면 나중에 하자보수 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게 된다.


또한 비싸게 지었다면 좋은 자재가 좀 더 많이 쓰였을테니 주택이 낡는 속도도 좀 더 더딜것이고, 매매를 하게 되더라도 훨씬 수월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생각한 것보다 비용이 조금 비싸더라도 제 값을 주고 잘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다음 글은 토지에 대한 비용과,

단독주택의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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