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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Jun 19. 2020

TV에 나오는 단독주택 매물은 왜 저렴한 걸까요?

30대를 위한, 미니멀주택 가이드라인 (3화)


주택 매물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약간 벗어난 외곽지역이나 지방의 경우 2, 3억대에도 멋진 주택들이 매물로 소개되는걸 종종 볼 수 있다.

TV를 보면서 '저 정도 금액으로도 저렇게 멋진 집을 짓는 게 가능하구나...'라며 놀라워했는데,


그동안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아봤던 기억을 더듬어,

'어떻게 저 금액으로 가능한 걸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점을 몇 가지 찾게 되었다.


※ 글의 내용은 개인 단독주택을 지으며 알게된 내용으로 작성된 견해임을 말씀드리며, 혹시나 직업과 연관되신 분들께 피해가 없도록 민감하거나 잘못된 정보는 수정하겠습니다.
(참고사진은 본문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첫 번째, 소개되는 집이 처음 입주하는 신축의 경우, 자세히 보면 주변에 똑같이 지은 집들이 몇 채가 더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집들은 타운하우스가 아니라면 어쩌면 중소형 분양회사가(혹은 개인이) 큰 땅을 사서 같은 설계로 집을 여러 채 지어놓고 분양하는 식으로 판매를 하는 형태일 수 있는데,

개인이 한 채의 집을 짓기 위해 설계사와 시공업체를 찾아다니며 주택을 짓는 비용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저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하는 금액보다는 가격이 낮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런 집의 경우,

여러 채 중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하고, 가격도 의뢰인이 생각했던 목표가와 딱 맞는 금액임을 보고는 분양업자가 판매하는 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분양업자는 건축을 하고 적정 수익을 남긴 후 또 다른 토지를 찾아 집을 계속 지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애초 분양을 목적으로 집을 지었기 때문에, 예상 분양가보다 1~2천만 원 정도 좀 싸게 팔더라도 일단 현금화를 빨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고,


어느 정도 적당한 가격으로 방송에 잘 소개된다면 같이 지었던 다른 집들도 금방 팔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예상하는 가격보다는 좀 더 저렴하게 소개가 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목조주택인지, 경량철골구조의 집인지 시공방식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주택의 시공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저렴한 시공방법 중에는 경량철골구조(샌드위치 패널 이용)가 있고, 최근 가장 많은 시공이 이루어지는 목조주택, 그리고 전통적인 콘크리트 주택 등이 있다.

보통 주택 시공 가격은 경량철골구조 < 목조주택 < 콘크리트 주택 순으로 건축비용이 많이 드는데,

방식에 따라 가격이 1.5배 ~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그 이유는 어떤 자재를 썼느냐도 중요한 이유가 되지만, 비싼 시공방식일수록 시공기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인건비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시공법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떤 방식이던 장단점이 존재하고, 그냥 건축주의 선택사항 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건 아니고, 여러 채를 한 번에 짓는 분양회사의 경우 오히려 콘크리트 시공방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했듯 한꺼번에 지으면 좀 더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시공방법을 쓰던지 구조를 세우고 외장재(스타코, 세라믹 사이딩 등)를 예쁘게 입히면 일반인이 볼 때 이 집이 경량철골구조인지 목조주택인지 언듯 알기가 어렵다.

방송에는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듯했고

특별히 언급이 필요할 때는 '이 집은 목조주택이라 습도 조절이 좋습니다'처럼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을 본 이 있다.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저럼 하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공법으로 구조물을 짓고 외부를 잘 꾸며놓은 집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량철골주택 시공 예 (출처 : 네이버 블로그 - 엄부장의 전원주택이야기)





세 번째, 중요 내장재가 고급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히 샷시(창호)는 가장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품목 중 하나이고, 나도 주택을 지으면서 외벽 자재와 함께 가장 열심히 찾아보고 신중하게 선택한 항목이기도 하다.

주택을 지으면서 채광 등을 위해 여기저기에 창문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하는데, 사실 단열 측면에서는 창호를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창호가 너무 없으면 집이 답답해 보이고,

환기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특히 집 안에서 창을 통해 외부를 바라보는 것은 인테리어적인 효과도 크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적당한 수의 창을 두는 것은 주택을 지을 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한국은 여름에 매우 덥고, 겨울에 무척 춥기 때문에 주택 벽의 단열 그리고 샷시의 성능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국내 제품도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있긴 하지만, 건축회사들은 그동안 결로 등의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많이 받아서인지,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내 제품보다는 외국샷시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이고, (어차피 비용은 건축주가 낼 것이니까..)


특히 3 중창으로 제작된 기밀성이 뛰어난 외국 제품들은 여닫는 방식부터 한국 제품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방송을 보며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TV에서 저렴하게 소개된 집의 경우 샷시는 아주 기본적인 국내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집들은 싸게 구입한다고 해도 겨울에 예상치 못하게 난방비가 많이 나올 수 있다.

▲ 수입 3중 창호 (출처 : 아키마켓)




네 번째, 실내 인테리어를 보면 소비자가 현혹할 만한 곳에만 돈이 들어간 게 보인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전에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인테리어 회사 여러 군데와 상담을 하고, 그중 한 곳과 계약하여 인테리어를 시공을 해 본 적이 있고,

주택을 지으면서 시공업체 디자인 실장님과 수시로 만나 대화하면서, 실내 인테리어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배우면서 다양한 선택과 고민을 하기도 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실내 인테리어는 여기저기에 포인트를 주는 게 오히려 지저분하고 산만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위 '힘을 줄 수 있는' 몇 군데만 고급스럽게 잘 살려놓으면 일반인들이 보기에 굉장히 인테리어에 돈을 쓴 집으로 보이게 된다.

그중 가장 쉽고 확실한 포인트가 있다면 전등과 컬러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택의 경우 아파트보다 천고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전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

특히 천고가 가장 높은 위치에 크고 멋진 샹들리에 같은 전등 하나만 잘 걸어놔도 사람들은 대부분은 '우와~' 하면서 거기에 시선이 머물기 때문에,

그 집의 바닥 종류가 장판이었는지,  강마루였는지, 원목마루였는지, 그리고 바닥 색깔이 어느 정도 밝았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실제로 바닥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그리고 컬러톤의 경우 가장 무난한 화이트톤 벽지를 전반적으로 두르고, 한쪽 벽 어딘가에 완벽하게 다른 칼라톤으로 포인트를 주면 깔끔하고 멋진 실내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또한 주택의 경우 높은 천고를 이용하여 흰색과 나무색을 기본 베이스로 튀지도 가볍지도 않게 고급진 느낌으로 톤을 맞추기도 하는데, 건축업자분들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유행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와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고,

출연자들 역시 매번 그런 점을 보면서 놀라워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인테리어까지 고급스러운 집이 싸게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어떠한 이유로 잘 안 팔려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온 집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든 재화는 결국 사고파는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게 되는데, 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수요자가 많지 않다 보니 매수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주택이 조금 외곽에 있더라도 초등학교는 그 수가 많아서 외곽주택지 근처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커서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생각보다 거리가 너무 멀어지고, 학원들은 도심에만 몰려있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학업문제 등으로 다시 도심으로 이동을 고려하며  주택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근처에 전기 송전탑이 있다거나, 축사가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때때로 분뇨 냄새가 날 수 있는 지역일지도 모른다는 점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내용까지는 방송에 소개되지는 않을 것 같다.
     

▲ 주택단지 근처의 송전탑 예 (출처 : 미디어서울, 우솔컨설팅)






어떤 물건을 사고 파는 게 그렇듯,


주택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 손해를 보면서 팔기는 싫을 것이고,

주택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싸고 좋은 집을 찾으려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생각보다 저렴한 매물이라면, 그에 합당한 이유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TV 프로그램을 보고 단독주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분들을 위해,  위에 적었던 내용 이외에 작은 팁을 드리자면,


주택을 보통 낮에 보러 가면 햇살이 집안 창을 통해 비추어 마냥 좋아 보일 수 있는데 ,

깜깜한 밤에도 따로 한 번 가봐서 너무 외진 곳은 아닌지, 치안은 괜찮은지를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또한, 한여름과 한겨울의 태양의 고도 차이는 꽤 나므로 주변에 다른 집이나 건물들이 가까이 있다면 그늘이 어떻게 생기는지도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겠다.


다음편에는 개인이 미니멀한 단독주택을 지을 때,

전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최대한 쉽게 풀어가 보려고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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