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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Apr 13. 2020

층간소음에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30대를 위한, 미니멀주택 가이드라인 (1화)

재테크로는 꽝이지만,
아파트를 떠나 주택으로 오길 잘한 것 같아.


우리 가족은 10년간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50평 남짓한 작은 땅에 심플하지만 개성 있는 미니멀 주택을 건축하여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코로나로 아이들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직도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고,

가끔 아이들에게 답답하지는 않은지 물어보니 

아이들은 의외로 잘 놀고 있다며, 아빠만 회사에서 코로나를 조심하면 된다고 되려 걱정을 해준다.


아마 자그마한 주택이긴 해도,

아이들의 눈높이에는 1, 2층의 공간을 오가며 맘껏 뛰어다닐 수 있고,

천고가 높은 덕에 집 안에서 언제든 줄넘기를 할 수 있으며,

밤 9시가 넘어도 눈치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고,

작은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거나 농구공을 튀기며 노는 것들이 코로나로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와 와이프 역시,

빨래를 더 자주 해야 할 것 같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시간에 관계없이 세탁기나 건조기를 돌릴 수 있고,

극장에 못 가는 대신 거실에서 우퍼 사운드를 크게 틀고 영화를 보기도 하며,

주말엔 마당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거나,

철마다 바뀌는 작은 꽃들을 마당 구석진 곳에 심어보며 가까운 곳에서 계절을 느끼고 살 수 있어 외출 없이 집안에만 있어도 많이 답답하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집안을 수리해야 하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친한 지인들이 펜션처럼 찾아와 주말 내내 시중을 들 때도 있으며,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는 벌레들을 신경 쓰며 집안 단속을 잘해야 하고,

특히나 아빠가 주말에 쉬지 못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주택살이의 단점은 극명하게 존재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주택살이에 꽤 만족을 하고 있는 편이다.





전세도 아니고 내 집인데,
내 아이가 왜 맘대로 못 뜁니까?

주택살이를 계획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아파트에서 시달린 층간소음 때문이었다.

와이프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윗집 아이들이 밤낮으로 뛰어대는 바람에 편하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참고 참다가 인터폰으로 양해를 한 번 부탁드린 적이 있었다.

윗집 아저씨는 러닝 차림으로 씩씩대면서 내려와 우리 집 현관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싸울 듯이 그렇게 말했고, 그 이후 난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대해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래서 다음 집은 층간소음을 피해 꼭대기층으로 이사를 갔었고,

다시 중간층으로 이사를 한 후에는 우리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여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닥에 매트를 도배하고, 하루 종일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며 와이프와 나는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윗집 가족들의 발 망치 소리와 밤 12시 반쯤 울리는 안마의자의 덜컹거리는 진동, 진돗개로 보이던 반려견이 새벽에 구슬 같은 공을 굴리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다.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소리에 민감했던 나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에서 점점 지쳐갔다.


번째로 와이프와 나 인생을 적당히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둘  부유하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유년시절을 주택에서 보냈다.

공교롭게도 20대를 시작하며 각자의 집안에 힘겨운 시간이 찾아왔고,

인생이란 이렇게 한 순간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일찍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가능한 돈을 많이 모으거나 불리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고, 먼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에 좀 더 집중하면서

적당히 벌고 적당히는 쓰면서,

삶의 질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나와 비슷한 세대인 사람들은

젊을 때부터 노후를 위해 저축이나 재테크를 해서 은퇴 전까지 돈을 최대한 모아야 하고,

그중 일부는 아이들 사교육에 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다.


회사 동료들은 바뀌는 부동산 정책을 예의 주시하며 서울에 똘똘한 아파트 한채 구입을 꿈꾸고, 8 학군 지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이사를 고민했지만 나는 선 듯 그들을 따라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지고 있는 돈도 부족하고, 지방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복잡한 서울에서는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두 가지 큰 이 유로 인해 우리는 주택살이를 조심스레 계획하게 되었고,

서울에 있는 직장과 다소 멀리 떨어진 지방(천안아산)에 있는 땅을 찾아 작은 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우려와 걱정은 적지 않았다.


서울도 수도권도 아닌 곳에 재테크로는 꽝이라는 주택에 모아놓은 돈을 쏟아 붙고,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던 우리가 농어촌 특별전형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아이들 학교를 보내며 키우는 삶을 살게 될 줄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주택에 들어와 4계절을 넘게 보내면서,

그리고 특히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던 그때의 결정은 적어도 우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약은 약사에게, 건축은 건축업자에게

 < 심플하지만 개성이 들어간 우리 집 거실과 주방 >


사실 주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나와있는 건축 전문가가 쓴 책이나,

비전문가가 직접 집을 지었던 경험담을 하루하루 기록한 블로그 글들을 많이 찾아 읽어보았다.


아마 독자들은 주택에 살고 싶어 하거나 혹은 처음 고민해보는 사람들일 텐데, 

대개는 건축을 하는 순서에 맞게 공사장에서 쓰는 용어나 자재정보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을 하고 있어서,

실제 건축을 하며 어떤 것인지 눈으로 보기 전에는 책에서 사진과 글로 본 내용들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30년간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진 내가 단독주택이해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었고,

책과 글에서 읽었던 지식들을 가지고 내공이 상당한 건축업자와 밀당을 하며,

동등한 수준에서 대화를 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세상 대부분이 그렇듯,

건축 역시 경험 많은 건축업자가 제일 잘 아는 게 맞다.


건축을 책으로 배워 가격을 깎아 집을 싸게 지어보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믿을만한 설계사나 시공업자를 찾아 이들에게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게 되려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주택살이를 꿈꾸는 사람은 어떤 점을 찾아봐야 할까?




아파트에 계속 살다 보니,
주택은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평당 얼마 정도 드는 건가요?

우리 집은 미니멀 주택이다 보니 아주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 거라 예상들을 한다.

물론 우리가 정한 예산에 맞춰 지은 집이긴 하지만, 규모가 있는 주택의 건축비용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

또한 펜스나 조경같이 천천히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은 항목들은 건축비에서 제외시켜 주말마다 조금씩 만들며 비용을 절약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아파트를 벗어나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30대 동생들이 우리 집의 주택생활에 대해 그리고 건축비용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주변을 지나던 부부들이 무작정 마당에 들어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다.


사실 난 토지를 고르고 집을 짓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경험은 있지만,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 집의 건축과정을 전문가처럼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대신 그들이 나에게 질문했던,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30대가 물어보고 싶어 하던,

건축에 필요한 '비용'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드는지와 필요한 돈을 어디에서 끌어오면 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몇 편의 글을 보려고 한다.

(사실 이런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사람들 자산은 아파트 한 채에 몰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 역시 주택을 짓기 위해서 들고 있는 돈을 어떻게 융통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일하게 되면서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은행이 회사로 보이면서 은행 문턱이 예전만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금융상품 역시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보았고,

이런 내용은 주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파트를 떠나 주택을 꿈꾸는 30대 혹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해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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