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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Jun 10. 2020

염전에서

1일 1깡 대신 1日 1詩 한 일주일.

염전에서


소금 꽃은 저절로 피지 않았다.     


바다가 보내 준 짠 바람

물 한울도 남기지 않겠다고 벼르는 태양

염부의 땀방울

     

물,

바다의 기억을 모두 날려버린 후

반짝이는 꽃으로 피어

염부의 식탁에 고기 한 점 올려드린다.




오늘의 글쓰기 수업에서 7개의 시 중 그나마 평이 좋은 시로 뽑혔다.나에게 시는 오페라만큼이나 어려운 장르다.

유진목 시인의 <연애의 시> 박준 시인의 <당신과 함께 장마를 볼 수 도 있겠습니다>를 읽고 시를 써야 했다.


친정집으로 가는 대부도에 크고 작은 염전이 많다.

뭔가 거대한 장관을 기대하고 염전으로 들어갔는데  염부 한 명만이 지리멸렬한 시간과 싸우며  홀로 물을 다듬고 계셨다. 시간과 자연의 타이밍과 그리고 수없이 오가야 하는 염부의 노동만이 커다란 염전에서 소금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염전에 가면 생각이 많아지더라.


나머지 시는 뉴스를 보며 슬프고 경악하고 힘들었던 상황을 표현했다만 평이 평이하다. ^

내 안의 똥꼬발랄을 끄집어 내려 노력한 시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는 지워버려야겠다~




<소개팅>     


그녀를 소개합니다.

기복이 심해서 김기복

하품할 때 소리 나서 김꺽꺽

하얀 피부 하얀 살 김백살

태명은 행운이 나와 보니 김진상

태몽은 호령하는 하얀 아기호랑이 그래서 백호띠.     


그녀를 소개합니다.

아침부터 고기 먹는 육식이

쌀 브랜드 맞추는 미식가

엄마보다 손목 발목 더 굵고요

엄마를 살짝 치면 나가 떨어진데요.

납작한 하트 콧구멍, 딸기 씨 점도 송송송.     


그녀를 소개합니다.

모나리자 눈썹 없는 거 싫어하고요

머리카락 하얀 사람 좋아하고요

말괄량이 삐삐를 좋아한데요

15개월 <엄마>읽어서 천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엄마>보고 싶어 외웠나봐요

     

그녀는 열한 살, 엄마는 마흔넷.

큰일 났네요.

그녀의 사춘기, 엄마의 갱년기.

제발 만나지 않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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