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들에게 건네고 싶은 그림책

이수연 그림책 <달에서 아침을>

와. 이 책은 참 예쁘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 생각나는 토끼의 모습과 제목에 판형도 예뻐서 저절로 손이 갔다. 책 속 내용도 moon river 가 흐르고 달의 저편 다른 세계에 날아가고픈 토끼의 상념이 우리가 아는 영화의 이미지와 교차되어 그려져 있다. 작가에게 이 영화를 얼마큼이나 사랑하시는지 묻고 싶어 졌다.

그림책 치고 꽤나 두툼한 책 펼치는 순간 느낌이 왔다.

'아이들과 읽어야 해.'

'이 나라 중딩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다.

청소년 아이들에게 동화책이든 그림책이든 '너희들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삽화집 같은 이 것' 꼭 건네고 싶어 졌다. 그림 하나하나 교복 입고 예민하게 굴었던 나의 십 대를 보는 듯, 그 시절의 이유 없는 반항과 친구들과의 알 수 없는 기싸움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모두 동물 친구들이었는데 감정이입이 백프로다. 전체를 흐르는 정서는 'moon river' 음악 그 자체였다. 잔잔하고 아련하지만 묵직하게 건네는 질문들 때문에 책을 덮고도 여운이 남아있었다.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지금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제대로 살고 있나요?

주저하고 있나요?

방관하고 있나요?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우리, 다 알잖아요.

부끄러운 지난날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맙시다.


곰과 토끼 그리고 여러 종류의 동물이 학교라는 공간에 생활한다. 토끼는 왕따다. 학교 밖에서는 단짝 친구였던 곰마저 학교 안에서는 모르는 체한다. 길고 긴 이야기와 빽빽이 채운 그림들. 이쯤 되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는다

그림책이든 동화책이든 삽화집이든 아니든. 작가가 한 장 한 장 정성을 들였다는 진실만은 전해지고도 남는다


우리는 십 대 때 모두는 곰이거나 토끼였다. 방관하거나 외롭거나.

어른이 된 지금도 귀를 막거나 모른 척할 뿐. 함께 연대하거나 맞서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 알면서 모르는 척. 무리에 섞여 같이 비난하기도 하는.

우리 청소년들 어른의 되어가는 길목에서 모른 척 대왕 곰과 같은 어른을 만나지 말아야 할 텐데 불안 하

아이들마저 적당히 눈감고 적당히 무시하는 '적당한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비둘기도, 나도, 다른 아이들도 우리는 모두 ‘공범자’라는 것을. -p 103


학교 밖 풍경에서 만나는 학대받은 고양이를 곰과 토끼가 함께 관심 갖고 대처해가면서 곰은 토끼를 정면으로 보게 된다. 늦었지만 곰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리에 끼어 양심을 속여가며 흘러가다 보면 진짜 나 자신을 잃게 된다 특히. 십 대 때 특히나 그런 상황에 도전을 받게 되며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왕따를 당하든, 왕따를 시키든, 무시를 하든, 거짓말을 하든, 친구를 속이든, 부모님을 속이든 도전을 제대로 받게 된다. 곰이 늦게라도 토끼를 포용하는 용기를 보여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방관자였던 곰이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기도 하다.


왕따 친구가 부끄러웠니?

알면서 모르는 척

진짜이면서 가짜인 척

좋아하면서 아닌 척 우리,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자고.

진짜 어른은 용기 있는 거야.

진짜 어른은 솔직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진짜 어른은 영원한 방관자로 남지 않는 거야.



'세상의 모든 십 대와 달에서 아침을 먹을 때'까지 이 세대들을 아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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