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어디까지 해봤니?

혼자서도 잘하는 것에 대한 탐구 1

사람들을 홀리는 말센스도 없다.

분위기를 집어 삼키는 유머력도 없다.

화려한 조명이나를 감싸는 외모도 없다.

너무 없어서 사람 5명이상 있을 때는 빛을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너무 없는 나’는 혼자서는 아주 잘 노는 수준급의 ‘혼놀’ 실력을 갖추고 있다. 무슨 애 엄마가 혼자 놀면 처량하지 않느냐 하는데 천만에. 너무 부대껴서 지금은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만발의 상태를 갖추고 대기중이다.

혼자서?

당연하다. 혼자서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무얼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여행이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부대낀지 어언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쯤되면 혼자 있는 ‘단 하루’가 나에게 2020년 중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될 수 있는 짱짱한 스케줄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걸어다니는 스케줄러로 보통 일주일의 스케줄을 3개정도 내 동선에 붙여놓는다. 부엌 설거지 씽크대 위에 한 장, 책상 위 노트북에 한 장, 핸드폰 속 메모장에 한 장. 요렇게가 트리플셋트다. 거기다가 뒤로 두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올해가기 전 꼭 하고 싶고, 환장하도록 하고 싶은 한 장의 계획을 더 추가해놓기로 한다.

나에게 24시간의 ‘혼자시간’이 주어진다면?

바쁘겠다.

짧아도 좋다.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

여행의 목적지는 숙소다. 숙소를 좌표삼아 주변 맛집을 검색하고 그 다음 가볼만한 곳을 찾아본다. 생각만해도 설레여서 코로나를 잠시 잊는다. 강화도<국자와 주걱>에서 북스테이를 하고 싶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오후 2시.

평소에 입지 않던 밝은색 원피스와 가벼운 에코백 하나들고 떠나야지.

‘합정’에서 고정순 작가의 전시를 보고 ‘알라딘’에서 쏠쏠한 중고 책들을 찾아본다. 강화로 가는 버스가 합정에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합정점의 커피는 매우 고소해서 라떼 한잔하고 길을 나서면 좋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동막해변으로 가서 지는 해에 묵은 것들을 딸려 보낸다. 가지고 온 책들과 사진을 좀 많이 찍고 칼국수 맛집을 찾아 한 그릇 해야겠다. 숙소로 가는 길에 강화도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가득사서 들어가야지. 커피는 맥심도 훌륭하다. 노곤한 몸을 따뜻한 물에 녹여 오랫동안 물찜질을 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그 무엇도 사치였던 입욕제를 풀어야지. 히말라야 핑크 솔트로다가.

북스테이와 왔으니 주인장의 서가를 구경해야지. 만화를 읽다 그림책을 보다 맘 가고 손 가는 에세이를 하나 집어 내방으로 간다. 맥심과 빵을 풀어 에세이를 읽고 그러다가 자정이 되면 브런치 글을 하나 남기련다.


난에게 ‘논다’란?

좋아하는 것과 할 것 들을 난잡하게 마구 늘어놓고 차근차근 지워가며 다해내는 것.그리고 너무 뿌듯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는 것 그것이 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소소하여 해야 할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위치다. 그래서 마구 뒤섞여놓고 그것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나가는 것을 시간의 구애나 아이들의 간섭 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하는 것이 노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혼자력에도 외로움이 밀려오면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다시 찾는다.

‘엄마가 뭐하고 놀아줄까?’

‘엄마가 오늘 무슨 밥해줄까?’

물론 이런 경우는 쉽게 오지 않는다. 내가 먼저 아이들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혼자여행’ 계획만 세웠는데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이 느낌. 남은 2020년은 그 하루를 위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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