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상은 얼마나 변화해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2)
시작된 일들이 몸에 익지 않아 2시간이 넘어가면 팔이 쑤시고 시계를 분마다 보게 된다.
해봄직한 일들인데 새삼 누군가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와 단순작업의 시간을 단축시켜 줄 물건들을 검색해본다.
이상하리만치 제자리인 이 세계.
겉은 너무 딱딱하여 칼이 쉬이 들어가지 않은 껍질 오롯이 벗겨내면 물컹하게 밀리는 과육 큐브 치기.
분명 필요한 공장이나 가게들이 있을 텐데 왜 오렌지 한 번에 백개씩 깎고 작게 조각내는 기계가 없단 말인가.
내가 이 사업 시작한 지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더라는.
그 사이에 나 아이 둘 낳고 자라 혼자 밥 먹고 똥 치우고 자기 주도 학습도 잘하는데 오렌지 큐브 치는
기계 하나 못 만들어내는 시장성. 돈 안 되는 구역이겠지.
오늘도 나는 오렌지에 빠져 도를 닦는 중이다.
소스를 만들어서 카페에 공급하는 일인데 이 오렌지 소스로 말할 것 같으면 당시 획기적인 콘셉트의
커피를 탄생시킨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과일의 상큼함과 에스프레소의 조합이 꽤 잘 어울려서 아이스로 먹으면 맛이 2배다. 게다가 힘이 솟고 이상하게 기분이 오렌지처럼 상큼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 소스는 우리를 커피의 세계에 입문시킨 효자 템이다.
새벽 도매시장에 나가 오렌지를 10박스 들여놓고 냉장저장고에 쌓아둔다
칼을 아주 예리하게 갈고 숫돌을 싱크대에 대기시킨다.
모든 도구와 의복 장착 후 3시간 동안 안락하게 지켜낼 자리를 잡는다.
첫 오렌지의 칼질 전 심호흡 크게 한 후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첫 칼집.
처음에 스윽 오렌지 껍질 두께를 가늠하는 칼집으로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참,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힘)를 틀고 5회 정도 자동플레이할 수 있도록 체크해 놓는 것도 필수다.
이렇게 시작된 오렌지 깎고 썰기 작업을 세바시 광고 포함 20분 5번 돌아갈 때까지 해버린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 온몸이 근질되고 팔이 아파오는 시간 마지막 세바시 종료 5분 전 그 타이밍이 오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 후 끓이는 단계는 보통 다음 타자로 넘길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 일명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큰애의 전화가 수시로 오기 때문에 불안해진 난 일을 잘 마무리 못한 채 일어나기 일쑤이다. 게다가 유치원 하원 시간은 2시 30분이다. 이렇게 잘게 버블티의 버블만큼 작아진 오렌지 과육을 설탕과 잘 배합 후 한 시간 정도 푹 끓이고 다시 한 시간 정도를 식힌 후 포장에 들어간다. 이 모든 후작업을 직원 또는 사장에게 넘기고 부랴부랴 집으로 와야 한다.
애엄마의 working 시간은 회사원처럼 모든 방안과 대처방법을 세팅해놓지 않으면 반나절만에 끝날 수밖에 없다. 속 시원하게 연속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시간이다.
일을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하는 것도 찝찝하기도 하고 4시간 총력전으로 해도 한 것 없어 보이는 느낌이라 억울하다. 수많은 엄마들은 많은 것을 단념하고 일부는 아이의 담당이 되어 하루를 그렇게 쪼개서 쓴다. 3시 이후로는 후반전이다.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1호를 학원 보내고 2호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일광욕을 해줘야 밤에 잠을 잘잔다.
장을 보고 숙제를 봐주고 늦은 저녁을 처리하고 나면 밤인데 나는 그때부터 짜증이 난다.
내일을 못하면 짜증 나는 못된 타입이다.
그렇게... 코로나 9월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