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하는 것에 대한 탐구 2
결혼하고 나서 잘하는 것이 생겼다. 수많은 '못하는 것' 사이에 잘하는 게 하나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리하기' 라고 하면 참 멋있겠지만 대수롭지 않게도 '혼자서 밥먹기'다.
값싸고 질낮은 음식들로 배를 채웠던 싱글시절에도 배가 고프면 고팠지 혼자는 식당에 가지 못했다. 가끔은 맛집에 꽂혀서 하루종일 그 음식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산해진미 맛집의 메카 연남동에 살았을 때에도 혼자서 밥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리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싫었고 '혼자서 우걱우걱 씹는 밥이 맛이나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
밥을 먹을 때면 유독 '혼자' 인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밥맛이 어떻네, 오늘 힘들게 시작했다느니,아침에 공복이라 배고팠다느니 하는 사소한 잡담이 없는 고요한 식사시간이라니.
맛집가서 유명한 요리 먹는다해도 혼자라면 '쌉싸름함' 한 바가지 추가한 맛이라고 할까.
그런 내가 결혼하고 나서 달라진것이다. 신기할 정도로 '짠'하고 달라졌다고 하면 믿어주실런지.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했기 때문에 '짠' 하고 혼밥가능한 인간으로 변모하였다.
2009년 5월 16일, 그 날로부터 한달 후 나는 변기를 붙잡고 사는 여자다 되었다. 밥은 3개월동안 입에도 못 대고 말이다.
밥맛은 전혀 없었고 매운것만 땡겨서 문래동 주변의 밀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나의 사랑 떡볶이만 찾아 다녔다. 아침은 화장실에서 시작했고 점심은 부대끼는 속을 안고 매운것을 찾아 다녔으며 저녁엔 밥을 건너뛰고 찌게류만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혼밥은 생각보다 외롭지 않았다. 실용적인 시스템이었다.
나의 속사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메뉴를 맞추느라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밥먹다가 메스꺼움이 밀려오면 후다닥 나올 수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누가 차려주는 밥이라면 콩밥이라도 좋겠다.
'자발적 혼밥'을 쟁취하려 매번 머리를 굴린다. 아이들과 나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그 사이사이 '나만의 혼밥시간'을 넣으려 고도의 시간쪼개기에 들어간다. 조용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우아는 개뿔이다. 빨리 먹고 남은 시간에 인스타 구경을 할 수 있는 라면이 최고다.
라면 한그릇 먹고 유유자적 멍때리는 30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날은 성공한 하루다.
결혼 12년차 혼밥은 역시 라면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