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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Nov 08. 2023

길고 깊은 잠을 추앙하며.

'꿈을 꾸기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뜬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은 거짓이다. 

소복입은 여인네가 칼물고 침이랑 피랑 뚝뚝 떨어뜨리며 하루키를 찾아와도 그러고 싶을까

울엄마 꿈에 자주 나오던 그 여인네를 하루키에게 하루라도 보내주고 싶다.



엄마는 예지몽도, 길몽과 흉몽도 매우 자주 꾸셨다. 또한 그런 선명한 꿈을 꿀때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 힘들어하셨다.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 그리고 티브이로 보는 참사 뉴스를 보며 함께 눈물흘리며 애도하고 그 정도로 자신이 간밤에 꾼 꿈을 되내이는 정도였지만 엄마 자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울엄마는 사회적 참사 전날 예지몽을 많이 꾸시기도 하셨다. 

유독 밤이 힘들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우리 엄마를 보며  꿈때문에 잠들기 힘드신걸까 잠들기 힘들어서 고통스러운 꿈을 꾸시는걸까  무엇이 먼저인지 진지하게 살피기도 한 유년의 시간이 있었다. 


엄마는 젋었을때나 나이가 든 지금도 편안한 잠을 자보신적이 없으시다. 밤은 깊고 긴데 엄마의 밤은 얕고 토막나있다. 일상의 3분의 1이 밤속으로 들어가는 일인데 엄마는 밤의 문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렇게 헤메이다 갱년기를 맞이하며 약을 복용하셨고  밤에 약을 드시고 잠을 청하는 일은 지금까지 계속되셨다. 나와 이 문제로 약 20년을 싸웠다.  갱년기도 지났는데 잠을 못주무시는 엄마를 이해할수가 없었다. 

초반 5년은 갱년기를 책으로 공부하며 이해했고 중반 10년은 온갖 잔소리와 수면에 좋다는  운동과 비타민을 공유하며 약에 의지하지 않는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모진말을 했다. 

노년에 들어선 엄마를 보며 이제 그 어떠한 노력도 엄마를 좋은잠으로 인도해주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잠을 충분히 잘 주무신 하루는 그 담날 몸이 가벼우니 억지로라도 약을 드시며 잠을 좀더 주무시게 한다.

100% 엄마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좀더 햇빛을 보고 산책을 하시고 몸을 움직이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잠을 잘 잔다는 건 인생 최고의 축복이고 행복이다.

나는 엄마와는 반대로 베게에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사람인데 이런 나라서 더욱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나보다

나의 행운과 축복을 반만이라도 떼서 엄마에게 드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다. 노인은 노화로 인해 약 드실 일이 많은데 잠의 문을 열기위해 또 약을 드신다는 건 생각만쳐도 몸서리가 날 지경이다. 

나는 인생의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때 크게 슬픈날은 유독 잠을 많이잔다. 

잠 예찬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래 나에게 말을 하고 잠에 빠져들려고 애를 쓴다.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게 아니라 잠이라는 동굴을 찾는 내가 좀 미울때가 있기도하다. 

오늘은 이 문제를 끌어안고 밤을 맞이하여 내가 무의식에서 해결할테야 이런 생각으로 잠을 대하는 거라 

나는 생각한다.  다음날 정말 하느님이 나를 보우하사 어렵던 문제, 슬픈 일들이 희석되거나 휘발되거나 

다시 문제해결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는 마력을 발휘한다. 


질좋은 수면의 힘으로 나는 오늘도 새로 태어나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부디 오늘밤에는 울엄마에게도 길고 긴 잠의 시간이 찾아와주길.


/


수면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갑자기 오래전 보았던 영화 #수면의과학 이 떠오른다. 영상미가 훌륭해서 미셸공드리 감독을 꽤 좋아했는데 안타깝게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나서 이야기는 여기서 맺어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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