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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케이 Dec 04. 2019

외모에 대하여

내가 다니는 회사는 법인카드 전표처리나 사무보조 등의 업무를 해주는 친구들이 한 팀에 한 명씩은 있다.


정직원도 아니고, 급여가 적기에 보통 어린 친구들이 오고 대부분 어리니까 이쁘다.


응? 명제가 잘못됐다. 어리니까 이쁜 게 아니고, 남초 회사다 보니 이왕이면 이쁜 친구들을 주로 뽑은 것 같다.


지금은 퇴사해서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는 한 친구 이야기다. 그 친구가 입사를 했을 때, 지방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바로 들어온 20대 극초반이었다.


나도 짬이 안 되는 막내라인이다 보니 어린 친구들을 챙겨야 하는 나름의 롤이 있어 그 친구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친구가 이야기하길..  남자들의 데쉬를 좀 받는 편인데, 지금 썸 타는 친구가 자길 좋아하는 이유를 외모라고 해서 찼다고 했다.


딱 '외모'라고 말한 건 아닐 거고,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뻐서 네가 좋다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은데 어쨌든 그게 너무 싫다고 했다.


뭐 좀 재수 없는 스타일은 아니고, 애도 착하고 인성도 괜찮은 친구라 잘난척하듯 밉상스럽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 친구는 매우 진지했다.


그리고 몇몇 그 친구한테 껄떡이는 회사 총각들을 보기도 했고.. '아.. 남자들이 너의 외모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계기가 된 건 확실했다.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간 내가 한마디 했다.

외모는 너의 일부분 아니야?


그 친구가 스스로 외모적으로 자신이 없었다면 오히려 좋아했을 텐데, 자기도 자기가 이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반응이 나온 것 일 테다.


정작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좋게 봐줄 땐 기뻐할 수 있고, 자기가 가진걸 그대로 봐줄 땐 불쾌한 뭔가 모순이 있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상대를 오래 봐야 한다. 그런 시간의 충분한 부여 없이 그걸 기대한 것부터가 어불성설 아니었을까?


짧은 시간 만난 썸 타는 남자에게 그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몇이나 됐을까?


그는 영문도 모른 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말했다가 아니 사랑을 속삭이다가 차여버렸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데, 있다면 그게 나로 인한 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 외모가 좋은 건, 내가 좋은 게 아닌 건가?


네가 그 사람을 좋아했어봐, 그가 날 좋아하는 이유가 뭐가 중요해. 좋다는 거만으로도 감사한 거지.


그가 너의 외모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네가 그를 안 좋아해서야


앞으로는 헤어지는 이유에 솔직해져 보자.


그게 상대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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