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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케이 Oct 17. 2021

이웃 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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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의 입주기간은 2개월. 우리가 입주 초기부터 들어왔고, 얼마 뒤 우리 옆집인 301호가 입주했다.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대문이 안쪽으로 꺾여 들어가 있어 문을 열어도 옆집 대문을 보기 어렵다.


그리고 살아보니 보통은 1층까지 걸어 내려가고, 지하 주차장에 가는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도 잘 없기에 옆집이어도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이사 왔다고 떡 돌리는 일도 없고, 또 신축 아파트는 입주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와 어수선하기에 더욱 유대관계를 쌓을 기회도 없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돌아보면 보일만한 옆집의 영역에 유아용 자전거가 보인다.


크기나 색깔로 보아하니 6살 우리 은재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아이 같다.


새로운 동네에 이사 와서 친구 하나 없이 근처 유치원에 다니는 은재에게 바로 옆집에 사는 친구가 생길 것만 같아 반갑기만 하다.


그렇게 옆집 사람과 마주칠 날만 기다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은재의 유치원, 은지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문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옆집 엄마와 딸아이가 서 있다.


그 아이가 우리 큰 딸과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걸 자각하기도 전에 은재가 먼저 반응한다.


"어! 민지다!"


엊그제 유치원에 여자 친구가 새로 왔다더니 그 아이가 우리 옆집 아이였나 보다. 다행스럽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함께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옆집 아이 엄마와의 대화는 이어진다.


어떻게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가 옆집에 살게 됐는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우연에 우리는 신기해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이 근처 유치원이 몇 군데 없고, 정원이 차지 않은 곳이 이 유치원 밖에 없었기에 6살 아이가 이 아파트에 이사를 온다면 그 유치원으로밖에 갈 데가 없었다.


아주 약간의 우연이라도 붙잡아 우리 아이가 유치원과 이 동네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가 생긴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아마 301호 아이 엄마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고, 내게는 은지의 어린이집 등원이 남아 우리는 헤어지기로 했다.


계속 집에 계시냐는 말로 오늘의 대화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과 아이들 등원 후의 후폭풍을 정리하는 대로 그 집 초인종을 누르겠다는 말을 대신한다.


어린이집은 단지 내에 있기에 세 살 은지와 걸어서 등원한다. 서둘러 아이에게 길을 재촉한다.


은재의 친구가 생긴 동시에, 내 친구도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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