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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Oct 19. 2023

나도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 를 읽고

★ 브런치의 윈지 작가님 저서인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 독후감입니다.

     

 책을 읽은 지는 한참 되었으나 이제야 감상문을 쓴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전부 내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듯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작은 계기들이 모여 내 생활이 조금은 더 부지런해졌고, 이참에 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두 번째 독서 때는 확실히 이전보다 마음이 덜 켕겼다. 어떤 내용이길래 독자가 이렇게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걸까?



 저자는 두 아이를 기르며 10개에 달하는 자격증을 따고,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까지 합격한 ‘공부하는 엄마’다. 엄마 독자라면 누구나 입을 떡 벌릴 만한 이력이다. 육아만 해도 매일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는데, 한가할 때도 하기 힘든 공부에 매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보란 듯이 육아와 임용 합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다.

     

 비록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으나 나 역시 사범대생이었기에, 임용고시가 얼마나 어려운 시험인지 잘 알고 있다. 난 수험생 시절에 전공이 국영수가 아니라서 티오가 없다고 몹시 투덜거렸었지만, 저자의 과목은 내 전공보다 더 관문이 좁은 중국어다. 아마 극도로 적은 인원을 뽑았을 시험에서 저자가 단 두 번 만에 최종 합격통지를 받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작가는 공부하는 엄마들을 위해 실질적인 팁을 가득 제공한다. 평소 계획 세우기가 취미인 만큼 효율적으로 공부 계획을 짜는 법을 알려주며, 컨디션 관리하는 법,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법도 귀띔한다.

     

 또 육아와 공부를 병행할 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팁도 빼놓지 않는다. 육아를 전담해주는 남편이나 시댁 어른들에게 느끼는 부채감, 한창 엄마의 관심이 필요한 나이의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게 이야기해준다.

     

 나는 저자의 이런 철저한 시간 관리와 자기 통제를 보고 스스로의 나태한 일상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워낙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생활해온 터라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워킹맘으로서 업무와 육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취미활동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벌여놓기도 했다. 뭐든 마음 내킬 때 하고 아닐 땐 안 하다 보니 생활 리듬이 쉽게 흐트러졌고,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기보다 닥쳤을 때 몰아서 하다가 금방 지쳐버리기도 했다.

     

 이런 내게 저자의 준비성과 계획성은 큰 자극이 되었다. 타고난 성격이 충동적이라는 구실로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최소한의 계획을 세워서 생활해야겠다고 결심하게 했다.

      

 더 나아가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꿈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의욕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가 교사라는 명확한 꿈이 있었던 것에 비해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가시적인 꿈은 없지만,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시험 준비와는 다른 종류이지만 나도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독서의 질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로, 인문고전을 많이 읽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선생님께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지금은 도저히 여유가 나지 않지만 조금 더 여력이 생기면 꼭 첨삭과 가르침을 받고 싶다.

     

 책 표지 가장 위에는 “서른여섯, 두 아이 엄마……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라는 슬로건이 쓰여있다. 지금의 나 역시 서른여섯이다. 임용에 붙는 만큼의 커다란 성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무엇인가는 해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육아가 힘들어서, 일상이 바빠서 못한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아이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공부하는 엄마’라며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을 때까지, 힘껏 고삐를 당겨야겠다. 잊고 있었던 절도 있는 삶의 자세를 떠올리게 해준 저자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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