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화를 다루는 법을 배우다

어린이 전집 <안녕, 마음아> 중 <이건 공룡이라고!>를 읽고

by 세온

이미지 출처 : https://m.blog.naver.com/kos6410/221489725386


주인공 지우는 미술 시간에 점토로 열심히 공룡을 만든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은 공룡을 보고 로켓이나 똥(!)이 아니냐는 말을 하고, 지우는 몹시 속상해한다. 집에 온 지우는 소중한 공룡을 자기 방 책상 위에 잘 올려놓고 학원에 가는데, 돌아와서 보니 공룡이 사라지고 없다. 지우가 아끼는 것인 줄 모르고 그만 엄마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지우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커다란 공룡으로 변신해버린다. 공룡이 된 지우는 엄마와 선생님, 친구에게 마구 고함을 지르고 발을 구르며 마구잡이로 화를 낸다. 그때 엄마가 쓰레기통에서 공룡을 찾아 와 지우에게 내밀며 물건을 함부로 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선생님도 오해한 것을 사과한다. 공룡을 똥이라고 불렀던 친구도 진심으로 지우에게 미안해한다. 지우는 어느새 사르르 화가 풀려 공룡이 아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 후로 지우는 화가 나더라도 다시 공룡으로 변신하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이 책은 누구나 느끼는 ‘화’라는 감정을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다. 아이가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진짜 공룡으로 변신해버린다는 설정도 참신하거니와, 불을 뿜고 울음소리를 내고 발을 쾅쾅 구르는 등 과격한 감정 표현을 하는 (공룡)아이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어른들조차도 아이가 크게 화내는 장면을 보며 공감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한 묘사다.

화라는 감정은 아주 힘이 센 거인과도 같은 존재라서, 어린아이들 뿐 아니라 다 큰 어른들도 잘 다루기 힘들다. 억눌러진 화는 무의식에 저장되어 자존감을 해치고 우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룡이 된 지우처럼 제멋대로 화를 표출했다가는 인간관계가 몹시 나빠질 위험이 있다.

이 책은 본문에서는 화가 난 아이들의 마음을 깊게 공감해주고, 부록으로 실린 활동지를 통해 화가 났을 때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심호흡을 하고, 열까지 숫자를 세어보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화가 난 이유를 말해보기가 그것이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런 방법은 아직 감정에 지배당하기 쉬운 아이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고 훈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임을 고려하면, 부모가 먼저 이 지침을 연습하고 실천해서 아이에게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안녕, 마음아> 전집은 이미 책 육아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스테디셀러로, 요즘 나는 여섯 살인 딸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이 시리즈를 읽어주는 중이다.

인성 동화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교훈만 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앞서 언급했듯 스토리와 그림이 어찌나 재기발랄하고 엉뚱함이 넘치는지, 한 권 한 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삽화들이 만화 같기보다는 손으로 그린 듯한 질감이 살아 있거나 독특한 화풍들이어서 그림 감상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문장은 또 어떻고. 의성어와 의태어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어서 통통 튀는 느낌이 들고, 인물들의 감정도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림책을 애들이나 보는 책이라고 지레 무시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럼 오늘도 아이와 행복한 책 읽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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