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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an 14. 2024

글쓰기 고민과 가벼운 근황 이야기

올해 나의 글쓰기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사여구 구사하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물과 현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다.

     

글을 쓰면 쓸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내 어휘력과 문장력이 빈약하고 상투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특히 문학적인 글을 쓰는 데 필수라고 느껴지는 유려한 묘사와 비유가 부족하다.

     

어릴 적엔 멋들어진 표현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틈만 나면 문장을 어떻게 아름답게 수식할지 고민했고 해답 또한 금방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런 시도가 ‘겉멋’으로 느껴졌고, 담백한 문체를 추구하는 쪽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는 반대로 문장이 지나치게 수수해서 고민이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말을 솜씨 좋게 가공하고 장식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정직한 문장으로 쓰는 재주밖에 없다.

     

어쩌면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때는 문학을 많이 읽었었다. 소년소녀 세계문학, 아동문학 등 손에 잡히는 대부분의 책들이 소설이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시가와 근현대 문학을 제외하고 소설과 담을 쌓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여기서만큼은 인정하자. 그 장르는 문학성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은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인문학 책 위주로 봤다. 전공과 관련된 역사책을 읽거나 교양 인문서, 교양 과학서 등을 탐독했으며 소설은 거의 세계문학전집만 읽었다. 가끔 우리나라 유명 소설가들의 최신작도 읽어봤으나 대부분 너무 어둡고 우울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필력이 향상될 만큼 글을 충분히 많이 읽지 않았다.

     

올해는 꼭 고전이 아니더라도 글솜씨가 훌륭한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폭넓게 읽으려 한다. 다른 이의 표현을 베낄 수도 없고 따라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들의 예술적 안목을 오랜 시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시각과 문체를 창조하게 되고 문학적 글쓰기 습관도 몸에 배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본다. 사물과 현상을 색다르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일도 비슷한 맥락이다.

     

글쓰기 실력을 빠른 시간 안에 향상하고 싶어 강의를 듣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오래전 지역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한 수업에 잠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배운 이 많았.

    

그러나 난 일주일에 단 두 시간도 강의에 할애하기 어렵다. 이미 매주 토요일 오전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세 시간 정도를 혼자 보내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2년이나 배웠고 그동안 실력도 많이 늘었으니 이참에 그만두고 글쓰기 강의로 대신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막상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예상치 못한 슬픔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난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더 피아노에 의지하고 있었다. 매주 만나는 학원의 피아노, 그 위에 올려진 소나타 악보, 조금씩 향상되는 연주 실력에 무형, 무언의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 피아노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속절없이 눈물이 났다. 나는 벌게진 눈가를 닦으며 피아노를 포기하기로 한 결심을 포기했다.

     

대신 문학과 더불어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읽어보기로 다짐했다. 지금은 매주 연재에 묶여있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느라 정신이 없지만, 연재를 끝낸 후엔 좋은 글쓰기 교과서를 사서 배우리라.

      

여러모로 나의 브런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다. 나만의 콘텐츠를 써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면, 그곳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인 지금의 내가 과연 브런치에 글을 올릴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출판 작가가 아닌 브런치 작가일지라도 완성된 콘텐츠를 들고 독자를 마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내 글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엔 주로 재기 발랄한 글을 썼다. 예상치 못하게 합격한 브런치이니만큼,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내 방을 찾아주신 분들이 소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머물다 가시길 바랐다.

    

그러나 여러 글벗님들과 교류를 시작한 후, 그분들의 글에 담긴 삶에 대한 성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품위 있는 문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샌가 수준 높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어떤 내용으로 쓰든지 글 자체를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

     

예전 같은 기조로 쓰기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처럼 조금은 한심하고 터무니없는 얘깃거리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로 조직하고픈 글감은 여전히 많지만, 하나같이 교양을 담아 쓰고 싶은 대상들이다.

     

그런데, 필력이라는 게 노력하면 느는 건 맞겠지? 다른 분야처럼 글쓰기도 타고난 재능이 80프로는 될 거라 추측하지만, 100점은 못 돼도 80점은 맞고 싶다. 80점 정도면 노력으로 가닿을 수 있을까.

     


먹는 근황

     

최근 크림커피에 푹 빠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제크림이 듬뿍 올려진 라떼를 거의 끼니 대용으로 마시며 산다. 커피가 스며든 쫀쫀한 크림을 컵 째로 들이켜면 어찌나 맛있는지. 예전엔 달달한 커피라면 질색했던 나인데, 나이를 한 살 먹어서일까. 그래서 어른들이 달디 단 믹스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까.

    

새해 들어 또 다른 입맛의 변화가 있었으니, 고기에 대한 것이다. 원래 난 절대 돼지고기 파였다. 소고기가 몇 배나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돼지고기를 더 좋아했다. 파채와 함께 먹었을 때 혀에서 느껴지는 조화로운 맛도 돼지고기 쪽이 한 수 위였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 그렇게 소고기가 당길 수 없다. 한우의 경이로운 가격 덕에 주로 미국산이나 호주산을 사 먹고는 있으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이다.

     

그냥 구이용도 아니고 스테이크용을 사서, 레시피를 열심히 따라 해 본다. 시즈닝을 앞뒤로 잔뜩 뿌려서 강불에 지지고, 중불에 익히고, 막판엔 버터를 넣고 뚜껑을 닫는다. 불을 끈 후엔 잠시 래스팅이라는 걸 한다.

     

고기를 썰면 핏물이 지나치게 흐르는 탓에 자른 고기를 다시 굽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요리 낙제생이 이 정도로 해냈으니 꽤 괜찮은 아웃풋이다.

      

수제버거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 바비큐 소스와 마요네즈에 버무린 양상추를 곁들이기도 한다. 후추와 소금으로 해결되지 않는 느끼함은 와사비로 해결한다.

      

구운 아스파라거스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나, 그 서양 채소를 그냥 막 사서 대충 씻어 구워도 먹을 만할지 잘 모르겠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아스파라거스를 요리한답시고 나섰다가 씹지도 못할 만큼 질기게 만들었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먹을 땐 맛있지만 집 안에 가득 찬 고기 냄새를 빼는 일은 고역이다. 겨울이라 창문을 오래 열어두기엔 너무 춥다. 환풍기를 돌려 보지만 냄새가 완전히 빠질 때까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스테이크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듣는 근황

     

내 음악 교과서 중 하나인 <더 클래식>의 2권에서 명반으로 소개된 음반들을 구입했다. 1권에 해당하는 음반들을 산 지 무려 6년 만이다.

     

(↓내 클래식 교과서에 대한 글)

     

요즘엔 아이돌 음반도 많이 비싸졌지만, 클래식 음반은 전통적으로 높은 가격을 자랑하기에 가계에 조금은 무리를 줄 수 있는 지출이다. 자주 저지를 순 없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맞이한 기회에 애가 단 내 마음은 몰라주고 음반을 검색할 때마다 줄줄이 품절이 뜨는 게 아닌가. 대부분 브람스나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카라얀, 클라이버, 얀손스 등의 거물들이 지휘한 역사적 명연들이었다.

     

나는 재입고 시기가 언제인지 문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중고 매장에 시선을 돌렸다. 상태가 ‘최상’인 매물들이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올라와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주문을 넣었다. 다행히 배송받은 음반은 모두 훌륭한 컨디션이었다.


그나저나 오디오의 리모컨과 버튼이 모두 고장나는 바람에 조작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이걸 A/S 받으려면 분명 택배로 서울에 부치라고 할 게 뻔한데, 너무 귀찮다. 이럴 땐 서울에 살았으면 참 좋으련만.


     


읽는 근황

     

나는 원래 완독 하지 못한 책이 있는 상태에선 새 책을 사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밀려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기쁘게도 최근 회사에서 도서구입비를 받아 새 책을 대거 사모으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당분간 연재를 위한 책을 매주 꼬박꼬박 읽어야 해, 이 신상들은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대기 중이다. 표지를 펼치면 빳빳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이들은 바라만 봐도, 만져만 봐도 흐뭇한 존재들이다.

     

그 면면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이렇다.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

나는 푸른역사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문 교양서를 신뢰한다. 특히 저자가 그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제목처럼 꽤 깊은 내용이 담겨 있을 듯하지만 그만큼 알찬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다.

     

한국의(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시리즈

인문철학, 정치경제, 문학 분야 고전들의 핵심 내용을 각 열 장 내외의 간략한 분량으로 설명해 주는 책. 역시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하여 지식을 나눠주므로, 혼자서 읽기 어려운 고전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현재 서양 고전 시리즈는 다 읽고 동양 고전 1권을 읽다가 중단한 상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평전

나이팅게일은 어린 시절 위인전으로 접한 위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 베스트 3에 든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안락한 삶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과감히 험난한 길을 개척한 사람. 그녀의 일대기는 누구보다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아동용 위인전이 아닌 제대로 된 평전으로 나이팅게일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검색해 보니, 이 책이 있었다. 저자의 이력을 보고 약간 망설였지만 일단 구입했다. 평전을 쓴 이가 작가가 아닌 간호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내용이 더 전문적일 수는 있겠지만, 혹시나 글이 미려하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간호사의 글을 작가가 윤문 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읽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겠지. 그 간호사님이 글을 엄청 잘 쓰실지도 모르니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브런치 문우이신 배대웅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책. 자유주의를 공부하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안고 샀지만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브런치 연재가 끝나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 공부를 할 때 제일 어려웠던 사조가 자유주의다.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달랐고, 주장하는 바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자유주의에 대해 품어왔던 오랜 의문들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세상 끝의 살인

신상 추리소설. 일본의 추리 작가에게 주어지는 에도가와 란포 상을 최연소, 만장일치로 수상했다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샀다. 과연 얼마나 잘 쓴 작품일지 궁금하다.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이 책을 왜 샀냐면.. 브런치에 올릴 엔시티 음악 리뷰에 인용하기 위해서다. 전문 음악평론가가 쓴 이 책엔 BTS, 블랙핑크, 아이유, 레드벨벳 등 총 10팀의 케이팝 아이돌이 등장하는데 엔시티가 그중 제일 먼저 나온다! 그것도 대단한 칭찬과 함께.


나는 아미입니다

브런치 문우이신 지뉴 작가님의 저서. 역시 구입해 놓고 아직 펼치지 못했다. 시즈니인 내가 아미이신 지뉴 님의 덕심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읽으면 아마 공감백배일 듯하다.

     

최소한의 과학 공부

배대웅 작가님의 저서. 따끈따끈한 신간. 과학사를 좋아하는 내게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언제고 재미있게 읽을 책.

     

그리고 깜빡하고 사진 찍을 때 책장에 꽂아두지 못했지만 이제 막 읽을 참인 책이 있으니, <흉인저의 살인>이다.

      

현재 나의 독서 루틴은 독후감을 쓸 클래식 클라우드 책을 토요일까지 다 읽고, 일요일에 연재 글을 올린 후엔 머리도 식힐 겸 추리소설이나 역사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새로운 연재 책을 읽는다.

     

오늘 피츠제럴드 글을 올린 후 고른 머리 식히기용 추리소설이 <흉인저의 살인>이다.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는 이미 <시인장의 살인>, <마안갑의 살인>으로 대박을 쳤다. 나는 두 전작 모두 대단히 만족스럽게 읽었기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이번 책은 전작들보다 한층 두꺼워진 두께와, 놀이공원이라는 심상치 않은 배경을 자랑하는 데다 사건 현장 도면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벌써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거 읽다가 잠 못 자면 큰일인데. 내일은 월요일이 아닌가.

     

반갑게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기회다. 얼른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빨리 흉인저의 살인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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