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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09. 2023

블랙 스완의 아름다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연기 (3) 


옥사나 바이울


 이전의 두 글에서는 롱프로그램을 소개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9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의 연기는 쇼트프로그램이 더 훌륭하다. 비록 점프 실수로 인해 쇼트 순위는 2위였지만 그는 블랙 스완을 주제로 희대의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옥사나 바이울은 점프에 약한 선수였지만 예술성이 무척 뛰어났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 모든 움직임이 유연했고 특히 팔을 이용한 표현이 대단히 아름다웠다. 음악의 고저에 따라 연기의 흐름과 표정에 변화를 주는 데도 능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한눈에 반했었다. 마치 발레를 보는 듯한 안무와 몸짓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울은 연기 뿐 아니라 스케이팅도 좋았고 스핀도 잘했다. 특히 영상의 1분 50초부터 시작되는 카멜 스핀에 이은 도넛 스핀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어마어마한 유연성이 요구되는 자세를 완벽하게 취하면서 한 팔로는 아주 우아한 움직임까지 선보이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낸시 케리건

 은메달을 딴 낸시 케리건(미국)의 프리스케이팅이다. 앞서 바이울의 표현력에 대해 칭찬을 많이 늘어놓았지만, 케리건도 결코 뻣뻣한 선수는 아니었다. 바이울만큼은 아니라도 그의 큰 키와 우아한 이미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게다가 점프는 바이울과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였다. 실제로 쇼트에서는 1위였고 말이다.

 그런데 프리 경기까지 치른 뒤 두 선수는 동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고, 당시 채점제로는 동점일 경우 예술점수가 높은 이가 우위에 서도록 되어있었으므로, 케리건은 은메달로 밀린 것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다른 올림픽(98년, 02년 등)에 비해 뒷말이 크게 없었던 건 바이울이 그래도 전년도 세계선수권 우승자의 타이틀이 있었고 예술적 측면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금메달은 기술과 연기의 밸런스가 더 좋았던 케리건에게 갔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한다. 구채점제여서 가능했던 결과였던 듯하다. 또 그렇지만 나도 두고두고 더 오래 감상하는 경기는 바이울의 것이긴 하다.


 두 사람은 선수 커리어 뿐 아니라 극적인 인생사로도 유명하다. 바이울은 극심한 생활고를 뛰어넘어 어린 나이에 올림픽 챔피언이 된 극적인 스토리로, 케리건은 같은 미국의 경쟁 선수(토냐 하딩)에게 당한 충격적인 테러로 인해 연일 매스컴을 탔다. 특히 후자는 피겨스케이팅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대중들에게까지 알려졌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선수의 의지가 대단하다. 그들의 연기는 결코 불행에 묻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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