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과 열쇠

by 세온

고전은 훌륭한 작품이라서 고전이 아닌가 보다. 그냥 삶 자체라서 고전인가 보다.


데미안을 처음 읽었던 중학생 때 이후 내 삶의 지향점은 언제나 맨 끝의 싱클레어였고, 그가 도달한 상태를 묘사한 문단은 오랫동안 내 인생 최고의 텍스트였다.


붕대를 감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이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 역시 내게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발견했고, 때때로 어두운 거울 속, 운명의 형상이 졸고 있는 그곳, 내 자신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기만 하면,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 내면에서 데미안을 찾은 싱클레어의 모습, 그 평온함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너무나 간절히 바랐다.


고된 노력 끝에 어느새 나도 그 지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고작 며칠 전이다. 인식의 순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난 그토록 원하던 싱클레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데미안을 다시 펴고, 내가 사랑한 저 문단을 다시 읽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어리고 약했던 시절 내게 주어진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그 앞에서 벌벌 떨면서도 도망칠 수 없었던 절박함이 떠올라서. 이제 더 이상은 그토록 힘들지 않아도 되어서, 내 거울 속에서 데미안을 발견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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