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자를 늘릴 수 있을까
브런치에 처음 입성했을 때는 확실히 독자가 필요했다. 몇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다음 메인에 오르기, 구독자 100명 찍기, 브런치 메인에 오르기 등의 미션에 성공하기 위해 이곳에서 먹히는 류의 글을 주로 썼다. 육아 이야기, 생활 꿀팁, 소소한 일상 이야기 등 고통 서사 빼고는 다 쓴 것 같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최초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독자의 입맛에 맞춘 글쓰기에 더 이상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진정 원한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었다. 현실의 역할에 파묻혀 지워져 버린 자아를 보존하기 위해 글을 써야 했다. 읽어주신다면 몹시 감사하지만 안 읽으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했다. 그래서 댓글도 막았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글에 댓글의 부담을 드리기 싫어서였다.
그렇게 내 멋대로 쓰다가, 아예 안 쓰다가를 반복하면서 몇 년이 흘렀고, 이제 깨닫게 되었다. 나도 독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는 단 하나다. 공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공유하고, 공감을 얻거나 반대 의견을 듣고 싶다.
그런데, 독자들이 왜 그래야 하는가? 왜 생판 남인 사람들이 유명인도, 전문가도 아닌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들어주어야 하는가.
독자가 내 얘길 듣게 하려면 다음 능력 중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기성 작가의 수준에 맞먹는 문장력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
독자를 쥐었다 폈다 하는 서사의 힘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서정성
손에 잡힐 듯한 감각적 묘사
지극히 무난한 공감
난 이중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내가 가진 건 고유성뿐이다. 평생 다듬어 온 예술적 취향과 꾸준한 독서와 공부를 기반으로 한 사유가 전부다. 그러나 어떠한 외부 권위의 인정도, 인기를 증명해 줄 수치도 없는 내 취향과 사유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독자를 필요로 하면서도, 독자에게 줄 효용이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국면을 타개할 대책을 두 갈래로 세워 보았다.
1.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가장 정직한 방향이다. 혼자서 필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 최근 글쓰기 과외 선생님을 구했다. 비문학 위주로 지도해 주실 예정이다. 문학은 그 분야의 전문 선생님을 따로 구해서 배우려고 한다. 나는 두 장르 다 잘 쓰고 싶다.
2. 독자의 니즈를 만족시킨다.
이 쪽이 더 어렵다. 책을 살 때도, 글을 읽을 때도 철저히 내게 재미있고 유익한 기준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다.
그런데 대중의 필요를 안다고 해도, 내가 그걸 채워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요즘 인생의 고민에 철학을 '처방'하는 류의 책들이 많던데, 내가 철학을 처방해 줄 수 있겠나. 그 정도 엄밀하게 철학을 알지 못할뿐더러, 가려운 데를 긁어준답시고 사상을 단순화, 탈맥락화해서 적당히 갖다 붙이는 일은 더더욱 못할 터인데.
오늘도 나와 결이 비슷한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꿈꾼다. 언젠가는 나만의 세계를 단단하고 매력적으로 구축해서, 그곳에 찾아오는 분들과 교류할 거라고.
이미 브런치에는 내 손을 잡아주신 작가님들이 계신다.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확장을 원한다. 이렇게 고맙고 멋진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독자로 남아 준 분들을 위해, 나도 그분들의 평생 독자로서 함께할 것이다. 뜨겁고 열렬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편안하게, 오랫동안 작가님들의 안식처가 되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