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동에서

by 세온

차를 몰고 시내로 나왔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창문 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람들이 보인다. 앞을 보고 성큼성큼 걷거나 밑을 보고 손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통 넓은 바지와 채도 낮은 상의를 입고 있다.

가장 오래된 도시를 떠올려 본다. 4천 년 전 우르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돌아다녔을까? 검은 머리에 진흙과 갈대를 엮어 만든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다녔을 것이다. 그들은 신전을 끼고 걸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백화점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

백화점은 디파트먼트다. 대형빌딩에도 과가 가득하다. 치과, 신경과, 피부과, 산부인과... 나누기를 한 건 사람이다.

시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어, 어른들은 말했다. 허허벌판을 샀던 사람은 돈의 벌판에서 산다. 나는 아무 벌판에도 살지 않는다. 과를 찾아갈 뿐이다.

신호가 바뀐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나누기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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