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온 Mar 25. 2023

처음으로 브런치에 일기를 써요

왜냐면 모차르트 소나타가 너무 좋아서요

 일기라도 남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한 글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냥 일기다. 브런치에는 의식의 흐름대로 막 흘러가는 글은 올리지 않기로 진작에 결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차르트 소나타가 너무 좋다는 얘기를 무조건 야 겠다.


 오늘 새벽에는 피아노 연습을 했다. 내일이 학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성인 취미반 레슨을 받는다. 2021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년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지금 수업받는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6번. 저저번 시간에 10번을 통과한 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6번이나, 10번이나 왜 이렇게 좋은 것인지! 모차르트는 신이 틀림없다. 그의 소나타를 치고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 멀리 오스트리아의 빈을 향해 서쪽으로 사배를 올리게 된다.


 모차르트의 많은 곡이 그렇듯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선율과 반주인데도 거기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낭만파 시대의 대곡들을 능가한다. 작가 남인숙님은 <서른이 꽃피다>라는 책에서 말했다.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들으면 그 말에 이백퍼센트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고전파 음악 특유의 형식미. 낭만파 대곡들의 화려하다 못해 살인적인 기교와 풍부한 감성도 물론 너무 멋지지만, 이런 엄정한 형식미에서 느껴지는 품위와 질서, 균형과 조화가 나는 너무 좋다.


그리고보면 미술에서 말하는 고전주의? 완벽한 비례와 균형을 특징으로 한 그리스 시대의 미술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 3층 석탑 중 여러모로 단연 1등으로 꼽히는 불국사 석가탑의 특징도 역시 완벽힌 비례, 균형, 조화 등이었다. 관촉사 미륵보살입상에서 볼 수 있는 고려시대 호족의 자유분방한 미적 감각? 그것도 개성있고 좋긴 한데, 그래도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 세상 작품이라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따라갈 순 없다.


이런 예술적인 면에서의 취향만 봐도 난 역시 일편단심 엘리트주의다. 나는 항상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경해왔고, 아마추어리즘에는 거의 관심이 가지 않는다. 케이팝을 들을 때도 음색이 좋건 어쩌고 간에 일단 가수가 기본기가 없으면 안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인생의 굴곡으로 인해 이렇게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관심사가 많은 나라서, 브런치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매거진 다섯 개를 만들 만큼 취미가 많은 나라서, 전문성과는 애초에 거리가 멀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욱 한 분야에만 몰두해서 탑을 찍은 사람들을 동경하는 걸지도.


근데 피아노 소나타 얘기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결론은 모차르트님, 천상의 곡들을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님 곡은 아무리 연습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나중에 오스트리아에 가게 되거든 생가든 묘지든 꼭 한 번 들를게요. 그날을 위해 돈 모아야겠어요.


역시 모차르트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님이 국룰이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허벅지 튼튼이가 테이퍼드 핏을 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