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그래서 잠을 깼어요
요즘 내가 브런치에 푹 빠져있긴 한가보다. 이제 꿈까지 꾼다.
꿈 속에서 내가 어느 작가님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구독자와 라이킷이 거의 천을 육박하는 대단한 인기 작가님이셨다. 내가 단 댓글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글에 대해 공감한다는 얘기를 한 것 같다. 나름대로 그분의 글을 열심히 읽고 정성스레 단 댓글이었다.
그런데, 그 작가님이 대댓글로 나에게 몹시 모진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당신은 누군데 허락도 없이 내 브런치에 댓글을 적나요? 당신 브런치에 들어가보니 볼 것도 없더만. 나보고 라이킷이라도 누르라고요?'
이럴 수가. 나는 엄청나게 날카롭게 벼린 칼로 가슴을 깊게 찔린 것 같았다. 그 작가님의 글에 달린 댓글은 나 말고도 수십 개는 되었는데, 오로지 나만을 콕 집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꿈속의 나는 무명 작가 주제에 허락(?)도 없이 대작가님의 브런치에 족적을 남긴 것을 미안해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에 오늘도 댓글을 수두룩하게 달고 왔는데, 괜히 그랬다며 속상해했다.
그러다가 퍼뜩 잠을 깼다. 아침 여섯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급하게 브런치에 들어가보니 다행히 그건 꿈이 틀림없었다. 내가 받은 대댓글은 전부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중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꿈속의 나는 왜 그리 바보같았을까. 현실에서 그런 대댓글을 받았다면 상처받은 것과는 별개로 그 작가의 못된 말버릇을 반드시 지적하고야 말았을 텐데.
어른들 말씀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욕이 배 뚫고 들어오나?'
옛날엔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욕은 진짜로 배를 뚫고 들어온다.'
그렇지 않다면 악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연예인이 그토록 많지 않을 것이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사족 - 어젯밤 나의 첫 브런치북을 발간했다. 우리 아이보다 훨씬 작은 또 다른 아이가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이야기의 완결을 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힘들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세상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