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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07. 2023

어휴 이제 책 좀 그만 읽자

활자 중독자의 금독(?) 선언

 원래 나는 메시지라고는 없는 글쓰기가 특기인 사람이지만, 이번 글은 예외가 될 듯하다. 알량하지만 나름의 교훈(?) 같은 게 조금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건 나의 신변에 일어난 다음 두 가지 사태와 관련이 있다.

     

1. 집이 언제나 지저분하고 어질러져 있다.

2. 몸에 불필요한 지방층이 지나치게 많이 붙었다.     


근데 이 문제들이 책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적어도 나에게는 상관이 있다. 나 같은 비非현실주의자이자 활자 중독자에게는 말이다.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하지만, 정작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인 나는 책이 정말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재밌어서 읽지, 무슨 목적을 이루려고 읽은 적도 없다.

    

 나의 경우에는 몽상에 빠지기 좋아하고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성격상의 단점이 독서를 통해 더 강화되는 편이다. 그럴 때 책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번지르르하고 편리한 수단이 되고 만다.

     

 살면서 부닥치는 문제가 버거워 도망치고 싶을 때, 나는 책 속으로 빠져든다. 그 안에는 내가 직접 겪을 필요가 없는 재미있고 간편한 세상이 있다. 난 툭하면 그곳에 들어가 숨어버린다.

     

 그렇게 손쉬운 도피를 택한 결과는, 내면과 외면의 불균형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과 교양은 비대해지는 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빈약해지기만 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 -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외모를 보기 좋게 가꾸는 일 – 역시 대표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다.     


 나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쪽에 힘을 너무 많이 쏟으면 다른 쪽에 쓸 힘이 없다. 책을 읽으면 내면에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니 자연히 외면에는 소홀해진다. 내가 책을 멀리해야겠다 다짐한 것이 그래서다.





 

잘 쓰지도 못하는 진지한 글을 쓰려니 어려워서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간다. 크흠. 아무튼 앞으로의 나의 계획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몽땅 갖다주고, 혹시나 짜투리 시간이 날지 몰라 언제나 빠뜨리지 않던 책을 핸드백에서 빼놓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와 빨래, 요리를 열심히 하고, 예전보다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몇 있는, 인품과 교양을 갖추고 살림꾼에 멋쟁이이기까지 한 분들이 존경스럽다. 왠지 브런치에도 그런 작가님들이 꽤 계실 듯하다. 그분들처럼 되기 위해, 잠시 동안만 글자와 종이와 서먹해지도록 하자.

     

(브런치만은 예외로 하기로 했어요. 구독자님들 글도 봐야 하고 최신 글도 읽어야 하니까요. 그 즐거움만은 포기할 수 없네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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