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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15. 2023

고라파덕은 왜 고라파덕인가

이유를 아시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아

 얼마 전 우리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포켓몬스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포켓몬스터는 무려 25년 전,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 년 전에도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전국민적으로 유행했던 건 알았지만, 이렇게 어린 아이들까지도 포켓몬 캐릭터들을 잘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의 원픽은 분홍색의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푸린이다.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어디서 푸린 노래를 듣고 왔는지 곧잘 외워 부른다. 그 옆에서 잠이라도 들어야 할 이다. 그런데 매우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푸린이 잠든 사람들의 얼굴에 낙서를 한다는 사실까지는 아직 모른다.  


푸린.

 

  나의 최애는 물론 고라파덕이다. 뭉툭한 부리에 머리 위로 난 털 세 가닥, 특유의 독특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녀석이다. 나름 전투력(?)도 높다.

고라파덕.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뜬구름 잡는 공상에 잠겨 있던 중, 문득 고라파덕 생각이 났다. 머리를 부여잡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떠올라 고놈, 참 귀엽단 말이야, 라고 혼잣말을 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유레카.     


나의 놀라운 직관을 통해 그 녀석의 이름이 왜 고라파덕인지를 단번에 깨달았다.     


사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오묘한 이치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골 아파 + 덕(duck) = 고라파덕.     


 잘 알려져 있듯 고라파덕은 심한 만성 두통으로 인해 항상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다니는 오리너구리다. 거기서 착안해 이러한 우리말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 번역가의 작명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긴 세월 동안 이름의 어원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이 고라파덕이란 녀석은 허구한 날 ‘파덕! 파덕!’하면서 2음절로 된 소리만 내고 다니니, 고라파(3음절) + 덕(1음절)로 이루어진 이름일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사실을 누구의 가르침 없이 스스로 깨닫다니. 이것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의 경지 아닌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포켓몬 중에 잠만보라는 녀석도 있다. 이 아이도 거대한 배가 제법 귀여워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잠만보가 진화를 거치지 않은 최초의 단계가 아니라 이미 진화를 거친 후의 모습이라는 것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잠만보.


그러면 잠만보로 진화하기 전의 포켓몬의 이름은 무엇일까?


.

.

.

.


바로 ‘먹고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런치에서 자음남발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저 이름이 너~~~무 웃기다ㅋㅋㅋ


먹고자. 이 아이는 말그대로 먹고 자기만 하다가 점점 살이 찌고, 종국에는 위의 거대한 잠만보로 진화한다.

  

아, 너무 귀엽다. 포켓몬들.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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