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마치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기분

아이 학원 라이딩하기

by 세온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열성적인 엄마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자녀들을 라이딩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근데 이제는 그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어느덧 여섯 살 딸이 영어 학원에 다닌 지 5개월이 되어 간다. 이 학원은 5세부터 9세까지를 대상으로 놀이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곳으로, 선생님도 아주 좋으시고 아이도 재미있어해서 꾸준히 보낼 작정이다.

다만 차량 운행을 하지 않아서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직장에 일종의 유연근무제 비슷한 것을 신청해놓고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있는데, 이 라이딩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상상 이상이다.

아침에는 출근 시간 맞추기 급급하고 오후에는 학원 시간 맞춘다고 발을 동동거린다. 이건 뭐 거의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느낌이다.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매번 인근 아파트 단지에 차를 대는데, 매주 같은 날 같은 시간만 사용하니까 장기주차증을 발급해달라고 관리실에 요청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번거로워도 매번 임시주차증을 끊을 수밖에.


게다가 수업 시간은 50분으로, 집에 다녀오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보니 학원 근처에서 아이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동네엔 마땅한 장소가 없다. 조금 걸어가면 큰 카페가 있긴 하지만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꽤 잡아먹고, 얼마 앉아있지도 못하는데 비싼 음료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차에 기어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차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브런치 글을 읽기도 하고 쪽잠도 자지만, 아무리 좌석을 뒤로 밀고 젖혀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경차라서, 좁아서 더 그렇긴 하다).



그래도 힘들게 영어 학원을 보낸 보람이 있는지, 아이는 벌써 꽤나 많은 영어 단어를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 아빠보다 발음이 훨~씬 좋다. 아이는 우리와 달리 영어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으니 선생님의 말을 들리는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오렌지를 보고 ‘어륀쥐~’라고 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벅찼다. 그 동안의 라이딩이 헛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제대로 꽂힌 영어 표현이 있으니, 그건 다름아닌

Go Away! 다.


아이고 딸아, 왜 하필 이런 표현에 꽂힌 거니.


그것도 그냥 고 어웨이도 아니고 고 어웨이!!!! 라고 어찌나 찰지게 소리치는지 모른다. 말이 튀어나오는 상황도 완전히 무근본 무맥락이어서 밥 먹을 때도, 양치할 때도, 놀이할 때도, 티비 볼 때도, 책 읽을 때도 고 어웨이!!! 다. 아주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추방시킬 태세다. 나와 남편은 함부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표 교육에는 도전조차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나처럼 게으른 종자는 그 어려운 일을 감당할 깜냥이 안 된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사교육에 적극 의지할 생각이다. 교육부는 싫어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은데. 계속 보낼 수만 있다면 하루에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라도 라이딩을 하겠다.


역시 육아란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의 연속인가 보다. 이 모든 어려움도 아이의 고 어웨이!! 라는 한 마디에 다 날아가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의 육아 잡담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친구한테서 배웠다는, 요새 툭하면 내뱉는 일종의 감탄사가 있는데요. ‘앞머리 가스렌지 베이비!’라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이에요. 제가 여태껏 들어본 아무 말 중에서도 최고의 아무 말이랍니다. 근데 이 말을 빨리할 때의 발음을 잘 들어보니, Oh My Gosh! 라는 표현과 비슷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이 영어 감탄사를 배워가지고는 우스꽝스럽게 변형시킨 건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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