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를 할려구요
오늘도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사유야 내가, 아니 내 이성이 생각하기에는 정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내 감정은 이리도 슬프고 속상한지 모르겠다.
아이는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다. 내가 혼을 내도 움츠러들기는 커녕 거세게 대든다. 혼이 나는 와중에도 자기랑 놀이는 언제 하냐고 묻기만 한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계속 엄마! 엄마! 하며 불러댄다. 대답할 때까지 불러댄다.
대체 부모로서의 권위는 어떻게 세울 수 있는 걸까. 그렇다고 매사 엄하고 무서운 엄마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정하면서도 만만하지 않은 엄마는 어떻게 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봐도 지금 우리 아이에게 나는 만만한 엄마인 것만 같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도 조금도 움츠러들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의 우위에 서기 위해서, 더 크게 고함을 지르고 더 세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다 결국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하기에 이르고, 그러면 아이는 분노와 좌절에 찬 울음을 터뜨리고는, 울다가 잠이 들어버린다.
그 옆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슬플까.
약 보름 전에 남편이 또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아이가 열감기에 걸려 아프기 시작하니 세세하게 내 손이 가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다 하필 나의 업무까지도 바쁜 시기라 휴가를 마음껏 쓸 수도 없다.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고열이 난다고 연락을 받고 집에 갔다가 아이를 시부모님께 인계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또 일을 했다.
어떤 해열제를 몇 시에 먹여야 하는지, 병원 처방약은 몇 시에 먹어야 하는지, 체온은 어떻게 재는지 시부모님이 아실 수 있게 적어두고, 병원은 또 언제 데리고 가야 하는지, 몇 시부터 가서 기다려야 최대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 나의 출근 시간은 또 언제 얼만큼 조정해야 할지도 정해야 하고, 입맛이 없다고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 회사 업무도 소홀히하면 안 된다.
모든 워킹맘이 다 해내야 하는, 해내고 있는 일들이지만, 나는 힘들다. 솔직히 나는 나약해서 힘들다. 애도 하나인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남편이 잠시 없을 뿐인데도 힘들다. 그래서 그 힘든 걸 참지 못하고 아이한테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내 탓 안 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군분투하면서 회사에 지각도 안 하고 업무도 밀리지 않고 아이 병원 진료도 받고 약도 제때 먹이고 시부모님도 챙겨드리고 아픈 친정아빠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무튼 지금까지 이 모든 일들 중 큰 차질이 생긴 건 없으니까. 내가 서투르게나마 이 일들을 통제하고 있으니까. 내 탓 안 하고 싶다.
대신 상황 탓을 하고 싶다. 내가 지금 이렇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이라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 탓이라고. 그래도 슬프긴 계속 슬프지만, 슬픈 것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냥 지나가리라. 충분히 슬퍼하고 나면, 나에게서 떠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