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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y 25. 2023

자식 자랑은 돈 내고 하라고 했건만

돈도 내지 않고 구독자님들의 시간까지 뺏으며 뻔뻔하게 자식 자랑을 하고자 한다. 이번만큼은 과감히 두꺼운 얼굴을 해보겠다.

     

우리 딸은 석 달 뒤면 만 5세가 되는 아주 귀여운 아이다. 또래보다 한 뼘이나 작아서 항상 더 어린 나이로 오해받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아기 같고 너무나 귀엽다.     


앉아서 놀이에 몰입해 있을 때는 그 앙증맞은 뒷모습에 저절로 입꼬리가 지그시 올라간다. 품 안에 꼭 안으면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살의 감촉에 너무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솔직히 아주 귀여워 죽겠다. 대체 아이는 언제까지 귀여운 거냐고 육아 선배님들께 묻고 싶다.     


그 치명적인 귀여움에 나와 남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부둥켜안고 뽀뽀를 하니,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의 애정 표현에 심드렁하다. 가끔 귀찮아하기도 한다.     


웃을 때는 또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종일 업무에 시달린 후 물에 젖은 솜이 되어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가 까르륵 웃으며 달려 나오면 나는 단숨에 달콤한 솜사탕으로 변한다. 가족의 웃는 모습에 하루 피로가 다 씻긴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모든 아이는 이목구비의 생김새와 상관없이 다 예쁘지만, 우리 딸은 특히 더 예쁘다(고 나와 남편은 생각한다).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커다란 눈은 태어날 때부터 쌍꺼풀이 자리를 잡은 덕에 칭찬 세례를 받곤 한다. 게다가 속눈썹은 또 어찌나 긴지, 아무리 공들여 집어 올리고 마스카라를 발라도 그렇게는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팔불출 죄송합니다)

    

부모는 다 자기 아이가 영재인 줄 안다는 말도 톡톡히 실감 중이다.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니 한글을 떼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것이 꼭 아이의 똑똑함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알파벳 소문자도 다 알고 영어 단어도 벌써 꽤 많이 외우고, 아주 오래전 일을 곧잘 얘기하는 걸 보면 기억력도 좋다.     


우리 부부는 내가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고 남편은 수학을 잘하며 현실 감각이 뛰어나니, 아이가 우리의 문・이과적인 장점만을 골고루 물려받으면 대단히 재능있는 사람으로 자랄 거라는 얘기를 나누곤 한다. (반대로 우리가 못하는 것만 닮으면 어떻게 클지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취향에 따라 조기교육을 받고 있다. 나에게선 케이팝이나 야구 교육을, 남편에게선 게임 교육을 받는다. 물론 우리가 작정하고 가르치진 않지만 엄마 아빠가 집에서 쉬면서 맨날 하는 게 그거니 저절로 익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아이가 유달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이가 청각적인 자극에 예민한 것 같다고 하셨다. 아이는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나를 닮아 저리 음악을 좋아하나 본데, 조금 더 크면 아이돌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다. (너무 어렵고 힘든 길이니까) 아무래도 난 김칫국을 열 그릇 정도는 들이마신 것 같다.  

   

다만 엄마로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아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고집이 지나치게 세다는 것이다. 한글이나 구구단을 빨리 떼는 것보다 친구를 아끼고 상대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 더 중요한데, 걱정이다.     


또래 중에도 언제나 다른 친구를 챙기고 공감해주는 아이도 많으니 아직 어리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역시 이 부분은 우리 부부가 끊임없이 교육해야 할 과제다.   

   

      




내가 살면서 순전히 기뻐서 운 것은 딱 두 번인데, 한 번은 아이의 질환(사경)이 완치되었을 때이고 다른 한 번은 아이가 처음으로 ‘우리 엄마 사랑해’ 라고 말했을 때다. 둘 다 아이와 관련되어 있다.      


결국 눈물이 날 만큼 극도로 커다란 기쁨은 아이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부모가 되면 한 인간으로서 감정의 심연이 크게 확장된다는 얘기도 사실인 셈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옆에서 아이는 저녁을 먹다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옥토넛 이름을 컴퓨터 화면에 언제 써줄지 묻는다. 도무지 밥에는 관심이 없고 장난만 친다. 그러다 내 미간이 좁혀지고 눈썹이 직선이 되려 하면, 혀를 한껏 짧게 만들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품에 쏙 안겨버린다.

“엄마, 사랑해~ 좋아~”     


그러면 나는 당할 재간이 없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똑같이 말해주는 수밖에.

“사랑해~ 좋아!”     


어버이날,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아빠에게 쓴 손편지. 이 소박한 편지가 우리 부부에게 준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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