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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y 06. 2023

소나티네, 애들 치는 곡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동네에 흔히 있는 피아노 학원 근처를 지나갈 때면 백이면 백 들리는 음악이 있다. 바로 소나티네다.      


아마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몸담아 바이엘 이상의 진도를 나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나티네를 기억할 것이다. <하농, 체르니, 소나티네, 명곡집(혹은 소곡집)>이 그 시절 초등학생들의 연습곡 F4였으니까 말이다.     

동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나티네 9번 3악장.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저 네 가지 교재 중 소나티네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재작년, 정말 오랜만에 피아노 학원에 다시 등록하면서 선생님께 요청했던 것도 소나티네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소나티네를 악보에 표기된 지시와 표현법을 충실히 따르며 치는 것과 단순히 ‘틀리지 않게’ 만 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내가 어렸을 때 다녔던 학원 선생님 대부분은 후자의 방식으로만 가르쳤다. 아마 악보를 읽고 테크닉 연습만 해도 지루해하는 아이들이니, 표현까지 가르치려 하면 더 싫어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신 것일 테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제대로 배운 소나티네의 세계는 정말 새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소나티네의 의미를 사전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악장의 규모가 작고 짧은 소나타’     



말 그대로 소나티네는 작고 짧고 (그나마) 쉽다. 그래서 소나타를 치기 전에 먼저 배우면 좋다.  

   

소나티네에 실린 곡들은 고전파 시대의 작품으로, <제시부-발전부-재현부-코다>라는 소나타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 특징적이면서 전형적인 음형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나는 이런 형식미를 정말 좋아한다.   

  

게다가 이 형식 위에 살포시 얹어지는 주제들이 또 너무나 예쁘고 아름답다. 특히 가장 잘 알려진 1악장의 주제들은 대부분 밝고 빠르고 명랑하고 활기차다.      


우리 학원 선생님은 아직도 아이들에게 소나티네는 꼭 가르치신다고 한다. 클래식 연주에서 요구하는 표현법을 배우려면 소나티네를 연습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나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소나타를 배울 때 소나티네를 치며 연습했던 기초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톡톡히 느끼기 때문이다.      


소나티네를 연습하면 피아노와 포르테,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 등의 셈여림표나 경쾌하고 가벼운 스타카토, 꼭 필요한 부분에만 밟아야 하는 페달 등 음악적인 표현을 위한 기본을 탄탄히 다질 수 있다.   

   

그런데 초보가 이런 표현을 다 살리면서 제대로 치기란 꽤 어렵다. 소나티네가 마냥 쉽기만 한 교재가 아닌 이유다.     




나는 소나티네 레슨이 끝난 지금도 틈틈이 교재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연주해보곤 한다. 지금 배우는 소나타가 너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상대적으로 쉽고 예쁜 곡들이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티네의 주요 작곡가인 클레멘티와 클라우에게 감사한다. 소나타를 자유롭게 칠 실력이 되지 않는 나 같은 이들에게 작은 소나타를 치는 기쁨을 선사해주어서.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티네 수록곡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교재에서는 11번째로 소개되는, 클레멘티 OP.36 5번 1악장이다. 상큼하고 통통 튀는 주제가 특징적인데, 발전부에는 대조적으로 웅장한 곡조가 등장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를 잘 표현하려면 오른손의 꾸밈음과 왼손의 셋잇단음표를 잘 살려야 한다. 거기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적재적소에 페달을 밟으니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 완성된다.     


영상은 중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유자 왕의 어린 시절 연주 모습.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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