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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y 07. 2023

일주일 내내 휘낭시에를 먹은 자

 바로 나다. 나의 휘낭시에  일지를 공개해보겠다.     


4월 20일 : 체다치즈 1개

4월 22일 : 플레인 3개

4월 23일 : 솔티캬라멜 2개, 말차마카다미아 2개, 황치즈 2개

4월 24일 : 전날 사놓은 것 먹음

4월 25일 : 플레인 2개

4월 26일 : 솔티캬라멜 2개, 피칸 2개, 아몬드 2개

4월 27일 : 플레인 1개, 웨하스 1개, 소보로 1개, 얼그레이 1개, 코코넛 1개

4월 28일 : 올리브더블치즈 2개, 황치즈 2개, 솔티캬라멜 2개, 오렌지얼그레이 2개, 화이트마카다미아 2개

4월 29일 : (다음날 가게 쉬는 날이라서 미리 많이 사둠) 황치즈 2개, 클래식 2개, 헤이즐넛초코 2개, 오렌지얼그레이 1개, 밤낭시에 2개     

  

... 내가 봐도 엄청나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네에 구움과자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을 보았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가끔 휘낭시에를 먹을 일이 있어도, 보통 빵이랑 다를 게 없다고 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바로 저 4월 21일, 찐 맛집을 발견하고 말았다. 바로 아이를 영어학원에 데려다주러 간 길에 들렀던 프랑스 디저트 전문 가게 마담○○.     


그곳에서 구워내는 체다치즈 휘낭시에는 나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나는 그날 이후 뭐에 홀린 듯이 휘낭시에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또다른 맛집 에크○의 휘낭시에들. 왼쪽에서 다섯번째, 황치즈가 나의 페이보릿.



휘낭시에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요즘 유행하는, 누구나 좋아하는 겉바속촉이라고 할 수 있다.    

  

반죽이 네모난 틀에 채워진 채로 오븐에서 바싹 구워져, 직사각형 모양의 가장자리는 빳빳하고 바삭한 과자 같은 식감인 반면, 속은 버터의 풍미가 가득하며 달콤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거기다 작은 언덕처럼 볼록 솟아오른 먹음직스러운 윗부분에 견과류, 초콜릿, 치즈 등 다양한 맛의 토핑을 첨가하면, 무적의 디저트 완성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아침부터 또 먹고 싶다)


한 번 꽂힌 음식은 질릴 때까지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탓에, 휘낭시에도 매일매일 우리 집 식탁과 냉장고에 모습을 보이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은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난 그것을 앉은 자리에서 서너 개도 해치웠고 아침에 먹었는데 저녁에 또 먹기도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휘낭시에는 직사각형의 모양 덕에 이름이 ‘금괴’ 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맛도 있는데 이름까지 상서롭다. 나 이렇게 휘낭시에 많이 먹었는데 금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서 행운이 안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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