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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y 22. 2023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예찬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로 이 노래다. 누구나 들으면 아, 그 노래! 할 만한 너무나 유명한 주제다. 다음 영상의 7분 10초, 9분 27초에 등장한다.     


  

그런데 10분이 훌쩍 넘는 1악장 중 이 주제가 등장하는 건 단 두 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도 비슷한 점으로, 그 곡 또한 주제가 너무나 멋지고 유명하지만 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 내내 여러 형태로 변주된 주제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의 13분 38초부터 등장하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하모니는 그야말로 천상의 선율이라 할 만하다.


차이코프스키는 어떻게 이런 선율을 생각해내고 또 하필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함께 노래하게 했을까. 두 악기의 합이 너무나 황홀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무덤 속의 작곡가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다.








세상의 많은 클래식 팬들이 그럴 테지만 나도 이 곡을(특히 1악장을) 너무나 좋아해서,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허밍으로 부를 수 있다. 거의 가요 수준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주제가 끝난 후 이어지는 전개부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작곡가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역시 거장이다. 협주곡의 전개부에서는 애수가 흐르는 선율이 청자의 마음을 지극히 감성적으로 만들었다가도, 홀연히 박력이 넘치는 기교가 등장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곡은 너무 어려워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연주가 불가능한 곡이라는 세간의 평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프로 연주자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잘한다는 예중, 예고생들도 다 연주해낸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틀림없다.     


특히 빠른 패시지를 연주할 때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왼손이 지판을 짚는 속도를 보면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싶다. 보는 사람이 다 숨이 찰 만큼 어마어마한 기교다. 영상의 6분 38초부터 보면 되겠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연주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했다고 하더니, 역시 그럴 만한 실력이다.     


최근 감상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중 가장 격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연주다. 특히 5분 50초부터 7분 10초까지 미친 듯이 내달리며 곡을 절정으로 끌고 가다가, 이윽고 첫 번째 주제가 마치 팡파르처럼 터지는 데 이르는 쾌감이 대단하다.      


1악장의 후반부에서는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안 되는 것이 아쉽다고 하는 댓글이 있는데 백번 공감한다. 게다가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놓치지 않고 잘 살려내고 있다.     


한편 음반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로 이것이다. 정경화님이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음반이다.     



이 음반은 내가 읽은 클래식 입문서 중 거의 모든 책에서 추천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야말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의 '표준'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굉장히 유명한 연주다. 함께 담긴 멘델스존 협주곡 또한 (당연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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