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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l 12. 2023

<작은 아씨들>, 팬과 안티

(이 글은 가상의 독서모임에서 회원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상상하여 써본 것입니다.)


사회자 : 오늘 이야기 나눠볼 책은 고전 명작 <작은 아씨들>입니다. 모두 책은 읽어오셨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이 소설은 상당히 청교도적인, 즉 신앙과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쓰인 것 같은데요. 한 마디로 가난해도 사랑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19세기에 출간된 이 소설의 교훈이 과연 2020년대인 오늘날에도 설득력이 있는지, 한 번 회원님들의 열린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율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전혀 적용할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시대라고요. 200년 전에는 그렇게 살아도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현대인은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돈은 무조건 중요합니다.    

 

라연 : 저도 동의해요. 솔직히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 너무 도덕 교과서처럼만 사는 사람들이라서, 전혀 사실적이지 못해요. 현실에는 이렇게 천사처럼 착한 사람들이 잘 없다구요.      


도윤 :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런 고전을 읽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잊고 있는 정신적 가치를 일깨워 주니까요. 지금은 이런 대가족도 거의 없고 네 자매는커녕 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잖아요. 가족끼리 이렇게 두터운 애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준 :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힐링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마치 부인의 현명함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녀는 절대 돈이 필요 없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여기 부인의 대사를 읽어보면, ‘돈은 잘 쓰면 좋고도 유용한 것’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서아 : 저는 가난한 사람과 결혼한 메그와 조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라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저희 엄마는 경제력 없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솔직히 책에서나 가능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해요.     


정민 : 근데 소설 속 주인공들이 진짜 가난한 게 맞기나 해요? 제가 생각하는 가난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들 정도의 생활고인데요. 마치 가는 정원이 딸린 크고 멀쩡한 집에 가정부까지 고용하고 있잖아요.     


은우 :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메그는 매번 실크 드레스가 없다며 불평하는데, 저도 백화점에서 누워있는 옷만 가끔 사고 대부분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SPA 매장만 가는걸요. 마치 가는 지금의 우리 기준으로 보면 가난하다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서민 집안이라고 생각해요.    

  

라연 :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메그의 남편 부르크도 재산이 없어 그렇지 건실한 직장에 다니며 든든한 후원자도 있어요. 아, 조의 남편 바에르 교수는... 무엇보다 조카를 둘이나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빵점짜리 신랑이긴 해요.   


은우 : 그치만 그 조도 숙모할머니에게 대저택을 상속받는 걸요. 다른 분들이 한 말씀처럼 저도 마치 가가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물질적 뒷받침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대에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대 그들처럼 소박하게 살 수 없어요. 왜냐면 SNS를 위시로 비교 문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잖아요. 그런 우리한테 마치 부인의 가르침은 남들이 다 해외여행가고 외제차 탈 때 나는 경차 타고 근교밖에 못 나가도 행복해하라는 소리라구요.      


도윤 : 어째 다들 소설에 대해 부정적이시네요.. 저는 아직도 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분명 있다고 봐요. 특히 자매들이 놀고 싶은 욕구, 갖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며 성실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지윤 : 저도요. 저는 특히 마치 부인의 훈육 방식에 감탄했는데요. 에이미가 규칙을 어겨 학교에서 매를 맞았을 때,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은 위로하면서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편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보고, 제대로 된 ‘감정 읽어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아 : 정말요? 저는 마치 부인이 고루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요. 너무 황당해서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는데 이거에요. 

‘메그만큼 젊은 아가씨들이 옷차림에만 신경 써서, 하녀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자신들은 잡다한 이야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큰 잘못이야.’

‘무릇 참한 여성들은 집안일에 대해서만은 열변을 토하기 마련이었다.’

완전 꼰대 같은 발언 아니에요?? 저는 집안일은 흥미 없고 패션에 관심 있는데, 그럼 전 참한 여자가 아니겠네요?     


지율 : 그 부분만 보면 그렇긴 하지만, 반대로 시대를 앞서간 대사도 있었어요. ‘불행한 결혼을 하거나 하염없이 남편감을 찾아 돌아다니느니 노처녀로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단다.’ 이 구절 말이에요. 저도 딱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하준 : 저는 마치 부인은 흠잡을 데 없는 인격자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반감을 가질 만한 구석도 있었네요. 결국 그 시대의 한계인 것 같아요. 아무리 작가가 혁신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어도 결국 빅토리아 시대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인걸요.     


정민 : 그래서 제 생각에는 소설의 교훈을 곧이곧대로 현재의 우리 생활에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핵심적인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살면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윤 : 동의해요. 현명한 독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오늘 제 예상보다 더 다양한 의견이 나왔네요. 모두 생각한 바를 기탄없이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다른 시각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점을 나누어보니 참 재미있습니다. 혼자 읽는 것보다 알차고 유익합니다. 그러고 보니 ‘함께’와 ‘나눔’에서 오는 행복을 찬양하는 소설의 주제와 일맥상통하기도 하네요. 덕분에 <작은 아씨들>이라는 작품이 제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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