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미상~기원전 309년)는 위(魏) 나라 사람으로 전편에 소개한 소진과 함께 귀곡 선생 밑에서 동문수학을 했습니다.
귀곡 선생
장의와 소진은 합종연횡의 대표적인 주자로서, 소진이 합종으로 여러 국가의 연합된 힘으로 진나라의 진출을 막았다면, 장의는 연횡으로 각국의 연합을 깨고, 진나라에 복속시킴으로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데 일조하는 인물입니다.
오설상재(吾舌尙在), 내혀가아직도있는지
장의는 학업을 마치고 유세를 다니다가 초나라의 재상의 술자리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초나라 재상 소양은 왕으로부터 큰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화씨벽이라는 보물을 하사 받았습니다. 소양은 술자리에서 손님들에게 화씨벽을 자랑하다가 어수선한 사이에 화씨벽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자리에서 가난한 장의를 의심하게 되어, 죽을 만큼 때렸지만, 장의가 훔치지 않았다고 하여 가까스로 풀려나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장의는 아내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내 혓바닥이 아직 붙어 있는지 보시오.”, (오설상재/ 吾舌尙在)
“혀는 붙어 있네요.” 장의의 아내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됐소.”
천하를 세치의 혀로 세상을 쥐고 흔들 장의의 유모와 비장함이 동시에 보이는 듯합니다.
소진의 깊은 계획
장의는 동문 수학한 소진이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나라로 소진을 찾아가지만, 도리어, 크게 박대와 모욕을 당하고 쫓겨나게 됩니다. 장의는 울분을 토하며 진나라로 들어가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진의 계획으로, 장의를 진나라의 대신이 되게 하여, 자신의 합종책에 장의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소진은 장의를 뒤에서 돕도록 많은 재물을 자기 부하에게 맡깁니다.
이전에 장의는 가난함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지만, 소진의 부하의 지원으로 마침에 진나라의 중요 대신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자, 장의는 소진의 부하에게 보답을 하고자 하였으나, 소진의 부하는 이 모든 것이 소진의 계획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장의는 소진의 계획에 탐복하며, 소진이 있는 동안에는 소진이 재상을 맞고 있는 조나라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게 됩니다.
장의에게 속은 초나라
진나라는 제나라를 치려고 하는데, 초나라가 제나라와 합종을 맺고 있어, 이를 깨뜨리고자 장의를 초나라로 보냅니다.
장의는 온갖 감언이설과 진나라의 600리의 땅을 초나라에 준다는 조건으로 제나라와의 연합을 끊고, 진나라와 협력할 것을 요구합니다. 초나라의 신하들은 한결 같이 반대하나, 왕은 고집을 부려서 제나라와 단절을 통보합니다. 그러자, 제나라는 화가 나서 도리어 진나라와 국교를 맺게 됩니다.
이후에 초나라는 장의에게 600리의 땅을 요구하지만, 장의는 6리를 주겠다고 하자, 속은 것을 안 초나라 왕은 진나라와 전쟁을 명령합니다. 이때도 신하들이 왕에게 충언을 하지만, 진나라에 대한 공격은 감행되었고, 초나라는 진나라에 크게 패하게 되며, 도리어 많은 땅을 잃고 결국 진나라와 화친을 맺게 되었습니다.
연행책 실행
소진이 죽자, 장의는 부지런히 여러 나라를 돌며 진나라와의 연합의 이로움을 알리며, 합종책을 깨뜨리고, 모두 진나라와 연횡토록 설득하여, 모두 진나라와 화친토록 하여 진나라가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후에 진나라의 왕이 죽고 태자가 왕에 오르자 태자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장의는 위나라의 재상으로 옮겨간 후 거기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유세가 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자신의 출생국과 상관없이, 다른 나라에서 유세를 통해 벼슬을 얻곤 했습니다. 소진과 장의의 유세는 마치 바둑에서 자신의 수와 상대의 수를 미리 계산한 후 바둑돌을 놓는 것과 같이, 탄탄한 논리로서 상황 단계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상대가 설득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세가 들은 시대적 조건 때문이겠지만, 한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유세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마천도 소진, 장의 둘 다 나라를 기울이게 할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평하며, 그리 좋은 평을 하지는 않습니다.
소진과 장의는 가난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상에 명성을 떨친 입지전적 인물인 것은 자명하나 그것이 꼭 후세 사람에게 좋은 평가을 얻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